MBC감사국, 김재철 법인카드 과다 사용 ‘경영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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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감사보고서 입수…방문진 야당측 이사들 “부실감사” 비판

MBC 감사국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 위원장 정영하)의 파업 기간 중 터져 나온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지난 25일 오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보고했다. 감사 착수 4개월 만이다.

감사국은 노조가 제기한 김 사장의 업무상 배임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채 2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7억 6000만원의 법인카드(개인 및 공용카드) 사용내역에 대한 분석, 전임 사장과의 비교, 노조의 의혹 제기에 대한 확인 사항, 후속 조치 등에 대해 보고했다.

하지만 감사국이 감사의 한계를 이유로 자체 조사 내용보다는 김 사장의 해명에 치중한 감사결과를 보고했다는 문제제기가 방문진 이사회 내부에서 제기돼  “부실 감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사장, 2년간 법인카드 월평균 3100여만 원 사용

▲ MBC 감사국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제출한 사장 법인카드 사용 관련 특별감사 결과 보고 내용 일부 ⓒPD저널

<PD저널>이 지난 25일 입수한 23쪽 분량의 ‘사장 법인카드 사용 관련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김 사장이 재임 기간 2년 동안(2010년 2월 26일~2012년 2월 25일) 총 7억 6000여만 원(본인 명의 법인카드 2억 2000여만 원, 공용카드 5억 3900여만 원), 월 평균 3100만 원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사장이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음식점 이용 30% △ 물품구입 28%(백화점 ․쇼핑센터․전문상점 7%, 상품권․농수산물․온라인 물품구입 21%) △호텔이용 관련(객실, 식사, 물품구입) 23% △해외출장 관련 14% (출장비, 면세점 등에서 구입한 물품) △교통비 기타 등 5%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국은 보고서에서 김 사장과 MBC 전임 사장인 최문순, 엄기영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현황을 비교했다. 최문순과 엄기영 전 사장이 2년 간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금액은 각각 3억 4700여만 원, 3억 4400여만 원으로 비슷한 기간 7억 6000만원을 사용한 김 사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방문진 야당측 이사 “무늬만 감사”비판

이에 대해 감사국은 김 사장의 법인카드 과다 지출 이유에 대해 △사장의 리더십, 경영 스타일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점 △연도별 영업실적 △연도별 시청률 추이 등을 제시하며, 경영관리비 실적의 매출액 대비 비율과 비교할 때 전임 사장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국의 감사보고에 대해 야당 측 방문진 이사인 한상혁 변호사는 ‘무늬만 감사’라고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이번 감사의 가장 큰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처를 두고 방송관계자를 만나서 썼다는 둥 포괄적으로만 밝혔다. 누구와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세부적인 내역이 파악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식의 감사라면 별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 MBC 감사국이 지난 25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제출한 사장 법인카드 사용 관련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 ⓒPD저널

감사국, 1억 1000만원 상당 상품권 구입 지양 권고

그러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국은 김 사장의 법인 카드 내역이 업무 활동과 관련이 높다고 보고있지만 후속 조치 사항을 제시하기도 해 김 사장의 법인카드 내역에 문제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국은 2년간 1억 1000여만 원 상당 규모의 상품권을 구입해 배포한 것에 대해선 가급적 지양하도록 하고 업무 관계자에 대한 선물은 관련부서에 지시하거나 비서진을 통해 구입하도록 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또 감사국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실태 및 관리에 대해서 △‘법인카드 운영내규’ 보완 △단위당 일정금액 이상 법인카드 사용 시 내부통제 절차 강화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측 이사들은 감사 보고 관련해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일부 이사들은 “코멘트할 부분이 아니다”(김현주 이사), “감사대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본다”(남찬순 이사), “(야당 측 이사의 구체적인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적이긴 하다. 그러나 감사만으론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결과를 나와 봐야 알 것 같다”(문재완 이사)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충분히 예견했던 결과다. 감사 내용의 대부분이 ‘확인되지 않는다’, ‘특별한 문제없다’는 식인데 임기 만료를 앞둔 방문진의 책임은 덜어주고 (오는 8월) 새 방문진이 들어와서 법인카드 문제를 따지지 못하도록 사전에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MBC노조가 지난 2월 27일 파업특보를 통해 김 사장의 법인카드내역과 7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폭로하며 업무상 배임혐의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감사국이 지난 3월 13일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감사에 착수, 최종 감사 결과를 이번 정기 이사회에 보고했다.

현재 경찰은 MBC노조가 지난 3월 6일 김재철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 MBC노조로부터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고발된 김재철 사장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다.ⓒ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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