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MBC가 작가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방송작가들은 이렇게 함부로 잘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김옥영 전 방송작가협의회 이사장)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도 이런 작가 집단 학살은 없었다”(윤청광 MBC 라디오 <오발탄> 작가)
이금림 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우리가 이 시간에 모인 이유는 방송작가협회 설립 50여년 동안 있었던 적도, 있을 필요도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이번 <PD수첩> 작가해고는 작가 양심에 대한 보복일 뿐만 아니라 작가협회 회원 2500여명에 대한 정치적 해고이자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부터 <PD수첩> 작가로 일해 오다 이번에 해고 통보를 받은 정재홍 작가는 “아무런 명분없이 계약을 무시하고 2~3개월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던 관행을 무너뜨렸다.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PD수첩>의 연속성을 단절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며 “MBC는 불공정성, 편파성을 해고 사유로 들고 있지만 탐사보도프로그램에 대해 까불면 죽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드라마·예능·라디오·구성다큐 등 전 분야의 작가들은 정 작가를 비롯한 작가 6명을 해고한 MBC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시상식에서나 볼 법한 ‘스타 작가’들이 이런 이유로 모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PD수첩>작가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서울의 달>, <짝패>등을 쓴 김운경 작가는 “드라마 작가들은 해고를 당한 <PD수첩> 작가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는 것을 두고 볼수 없다”며 “김재철 사장은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파렴치한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연대의 뜻을 밝혔다.
<꽃보다 아름다워> <그들이 사는 세상>의 노희경 작가도 <PD수첩> 해고 작가들의 복직을 요구하면서 “이 자리에 나와 보니 후배들의 기세가 무섭다. 사장도 국장도 많다. 갈아치우면 그만이다”라고 MBC 경영진을 행태를 꼬집었다.
김영현 <대장금> 작가도 “시사제작국장의 말처럼 <PD수첩>이 편향적이었다면 이미 <PD수첩>은 폐지됐을 것”이라며 MBC가 그동안 <PD수첩>을 폐지 못시킨 이유는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윤청광 MBC 라디오 <오발탄> 작가는 “박정희, 전두환 치하에서도 작가 집단 학살은 없었던 일”이라며 “김재철은 MBC를, 여의도를, 대한민국을 떠나시기를 간곡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옥영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의 성공에는 방송작가의 몫이 절반”이라며 “방송작가는 잘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르고 싶으면 정당한 사유를 들고 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가들은 이 자리에서 <PD수첩> 해고 작가 6명 즉각 원직 복직과 MBC의 <PD수첩> 해고 사태 공식 사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이같은 요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MBC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금림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방송작가의 요구와 성명을 보고 어떤 답을 내놓을 지에 따라 대응책의 수위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협회원들의 의견수렴과 절차가 필요하지만 MBC에 대한 전면 보이콧도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방송작가들은 이날 집회를 마치고 김재철 사장에게 성명서을 전달하기 위해 MBC 정문까지 행진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과 김현종 시사제작국장 모두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MBC 관계자들이 이금림 이사장과 협회 이사들의 MBC 출입을 막아 성명서를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