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다큐, 스크린에서 몸값 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 다큐멘터리 극장판 제작 바람

감동과 화제를 낳았던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얼마전까지 다큐멘터리의 극장판 제작은 주로 시청자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컸는데, 최근 TV다큐멘터리의 영화진출을 보면 사업성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KBS 콘텐츠 유통을 전담하는 KBS미디어는 최근 롯데시네마와 MOU를 체결하고 영화를 공동배급하기로 했다. SBS콘텐츠허브는 일찌감치 SBS의 영화관련 업무를 가져온 뒤 제작과 배급 업무까지 겸하고 있다.
영화로 제작되는 콘텐츠의 종류는 한류 열풍에 편승한 아이돌 콘서트 실황과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대표주자는 여전히 다큐멘터리다. 극장으로 간 다큐멘터리의 성적표와 경쟁력을 따져봤다.

‘무삭제판’·‘3D’ 방송과 차별화

지난 8일부터 상영 중인 영화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는 최근 종영한 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의 극장판이다. 제작진은 <남극의 눈물> 촬영 단계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2D와 3D촬영을 병행했다. 아기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를 특정해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남극의 눈물>과는 다른 점이다.

김진만 <남극의 눈물> PD는 “어렵게 들어간 남극 대륙에서 300일간 펭귄과 지내면서 찍은 화면을 다큐멘터리로만 담기에는 아까웠다”며 “처음부터 영화는 방송과 다르게 만들어보자는 의도를 갖고 황제펭귄을 의인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영화 상영시간에 맞춰 편집하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엔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처럼 3D로 입체감을 살리거나 미방영분을 추가하는 게 필수적인 과정이 돼버렸다. 방송보다 표현의 수위와 범위가 자유로운 영화의 특성이 십분 반영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10만 관객을 모은 <아마존의 눈물> 극장판은 무삭제로 방영됐다. 아예 3D기법으로 제작된 KBS 의학다큐멘터리 <태아> 극장판에는 방송에서 담지 못한 장면이 포함될 예정이다.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다큐멘터리 극장판 제작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달라진 다큐멘터리 제작 경향이 있다. 최근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보면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급 다큐멘터리가 대세다. MBC <남극의 눈물>은 25억원이, KBS에서 현재 방송 중인 <슈퍼피쉬>는 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십억원을 넘는 제작비를 쏟아 붓는 다큐멘터리를 몇차례 방송하는 것만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

광고수익으로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운데다가 제작비 규모도 커지자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의 요구도 높아진 것이다. 김진만 PD는 다큐멘터리의 영화화에 대해 “다큐멘터리에 대한 시청자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생생한 그림을 얻기 위해 원시로 들어가고, 제작비도 상승하게 된다”고 분석한 뒤 “큰 스크린에 대한 PD들의 동경도 일부 작용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10편 중 8편은 적자’ 냉정한 관객들

하지만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냉정하다. 이렇게 영화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수익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극장판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2억원.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선 3만여명 정도는 영화를 봐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상파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울지마 톤즈>, <아마존의 눈물> 정도다. 관객수 1000명을 넘기지 못하는 작품도 부지기수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극장판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BS미디어 관계자는 “10편을 배급해서 1~2편만 잘 터지면 8편에 대한 손해를 만회할 수 있다”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화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를 엄선하는 등 내부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DVD제작이나 해외 판매 등 부가사업의 길을 열어주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방송사 다큐 소재 다양화 고민해야”

영화계 쪽에서는 다양한 영화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다큐멘터리의 영화 제작을 반기고 있다. KBS미디어와 영화 공동배급 협약을 체결한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울지마 톤즈>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을 보고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봤다”며 “돈을 크게 벌겠다는 의미보다는 영화의 공익성과 다양성을 신장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와의 공동배급 협약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 최근 KBS에서 상영했거나 상영예정인 <태아>, <다르마>, <슈퍼피쉬>, <이카로스의 꿈> 등이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지상파 다큐멘터리의 영화 진출이 독립 다큐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향력과 자본을 내세운 방송사들이 상영관까지 선점한다면 독립다큐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보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센터장은 “다큐를 좋아하는 수요는 한정적인데 지상파가 제작하는 다큐가 많아지면 독립다큐는 자연스럽게 위축된다”며 “독립다큐를 방송에서 방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상생 방안을 방송사들이 먼저 찾아보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TV 다큐멘터리 소재의 쏠림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다. MBC 눈물시리즈를 비롯해 SBS <최후의 툰드라>, KBS <천상의 길 차마고도> 등 규모와 영상미에서 승부를 내는 분야와 주제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김보연 센터장은 “<아마존의 눈물>과 <울지마 톤즈> 이후에 주목받은 다큐는 독립영화에서 나왔다”며 “최근 지상파 다큐멘터리를 보면 비슷한 패턴을 보여 식상해진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