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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깃털이 아니다

|contsmark0|그칠 줄 모르고 밑도 끝도 없이 불거지는 각종 권력형 비리는 이제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다. 이것이 비록 정권에 타격을 가하려는 언론의 작위적 성격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파헤쳐 놓을 필요는 분명히 있다.
|contsmark1|정치권력이나 언론이나 이 과정을 통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부정한 짓을 하면 반드시 밝혀져 처벌을 받고 망신을 당하게 된다는 교훈을 권력자들은 갖게 될 것이고, 권력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자세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contsmark2|그런데 뜻밖에도 언론이 비리의 당사자로 떠올랐다. 패스21이다. 경제지 기자와 방송사 pd가 구속된 것을 비롯하여 25명의 언론인이 연루되어 있다. 무엇보다 주식을 대가로 받고 윤태식과 패스21을 기사로 키워준 기자들의 농간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contsmark3|주식 투자는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다. 길게 보면 주식시장이 현물경제를 반영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하루 하루의 시황을 보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전혀 엉뚱하게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contsmark4|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게 주가가 춤을 추지만 그 이유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랍시고 신문이나 방송에 나와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수긍이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둘러대지만 그런 핑계는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contsmark5|이들의 말을 믿고 순진하게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돈을 잃게 마련이다. 가끔 드러나듯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무전기까지 동원하여 상대 패를 훤히 읽으면서 노름을 하는 사기꾼들에게 판돈이 몰리는 까닭과 다를 바 없다.
|contsmark6|소위 윤태식게이트는 언론이 순진한 투자자들의 생돈을 갈취하는 사기꾼 도배의 일당이었음을 만천하에 폭로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좋은 기술과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이 언론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contsmark7|기자는 그것을 면밀히 검토하여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면 그만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불순물이나 사기행각도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 특히 투자자들은 이 기사를 믿고 주식 매입을 결정하게 되고, 시장에서는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정상적인 절차와 역할에 하자가 생기면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조선, 동아, 매일경제 등의 기사를 보고 20만 원 짜리 주식을 구입했을 투자자들의 지금 처지를 생각해 보라.
|contsmark8|실물경제와 관계없이 사기꾼들의 농간에 주가가 춤을 출 때,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해당 기업에 대한 판단을 잘못해서 주식을 매입했다가 손해를 보았다면 그것은 투자자 개인의 탓이겠지만, 이미 투전판이 되어버린 주식시장에서 주식게임은 남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정글의 법칙만이 난무한 실정이다.
|contsmark9|언론은 바로 이 투전판을 감시 감독하여 건강성을 회복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사기꾼들을 적발하고 불순물이 개입하지 않도록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contsmark10|그런데 엉뚱하게도 언론인들이 사기행각에 동참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다 썩어도 언론이 건강하면 그 사회는 희망을 가져도 좋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contsmark11|일부 신문들은 이 마당에 언론은 깃털에 불과하니 몸통을 수사하라고 호통을 친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언론인과 하위직 공무원으로 축소 수사를 한다고 비난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또 그럴수록 궤변이다. 언론은 깃털이 아니다. 자신들의 위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자들이, 스스로 정치권력 위에 있다고 공공연하게 자랑하는 자들이 이제는 자신을 지극히 낮추는 겸양을 떨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12|언론은 결코 깃털이 아니다. 몸통이다. 이제 정치권력은 한줌도 안 되는 하루살이 신세로 전락했으며, 그나마의 권력이라도 차지하려면 언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청와대를 움직여 패스21 기술이 여러 부처에서 채택되었다고 해도 주가가 20만원까지 오르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contsmark13|언론을 도구화하여 사익을 챙기는 작태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 언론이 바로 서고 제 자리를 찾으면 권력형 비리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몸통언론의 정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contsmark14|김동민 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contsmar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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