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 KBS 사장 공모 ‘물밑작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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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규 상임위원 노조 관계자 만나 “사장 하고 싶다”

차기 사장 공모를 앞둔 KBS가 술렁이고 있다.

얼마전부터 KBS내부에선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방송 정책을 추진해 온 홍성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이 차기 KBS 사장 자리를 노리고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홍성규 상임위원은 최근 KBS 노조 관계자를 만나 “차기 사장 공모에 지원할테니 밀어달라”며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KBS 기자 출신으로 지난 3월까지 방통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이를 두고 방송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방통위 상임위원이 KBS사장으로 올 경우 언론의 독립과 중립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이계철 방통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 상임위원은 KBS 이사 추천과 최근 감사 선임에 입김을 넣고 있다는 의혹을 줄곧 받았다. 지난 8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KBS 감사 선임 과정에서도 특정 감사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청탁성 전화를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노동조합과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방통위 상임위원인 홍성규가 유아무개 후보를 밀라고 여권 이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을 이사장과 감사에 앉힌 다음 너무나 자연스럽게 KBS 사장으로 안착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거론한 감사 후보는 실제 감사로 임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KBS 이사 추천권을 갖는 방통위의 상임위원이 이사회가 임명제청하는 사장 공모에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높다. 방통위 상임위원의 언론사 사장 지원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도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KBS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김현석 KBS 새노조 위원장은 “홍 위원은 1년반 동안 새누리당 입장을 방송·통신 정책에 관철시켜 온 인물”이라고 지적한 뒤 “정치적 중립성뿐만 아니라 자기가 추천한 이사들에게 임명 제청을 받게 되면 게임의 룰도 불공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 관계자도 “언론의 독립을 만든 방통위의 설립 정신마저 무시하는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일갈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9일 저녁 홍 위원과의 통화를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홍 위원은 “국감 중이라서 통화하기 어렵다”고만 거듭 말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오는 19일께 시작하는 사장 공모에 앞서 오는 12일부터 양일간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갖고 노조의 요구안과 사장 선임과 절차에 대해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KBS 양대 노조는 민주적 사장 선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특별다수제 도입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사장 후보 자격 요건 강화△사장 후보 청문회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측은 이같은 요구안을 지난 8일 이길영 KBS 이사장과 여야 운영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노조 요구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다수 이사들이 특별다수제 등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최영묵 이사는 “특별다수제 도입은 실정법을 넘어서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이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특별다수제 등에 여야 이사들간 의견 차이가 커 워크숍에서 사장 선임 절차를 확정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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