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명의 그늘’ 中 ‘빈부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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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프로그램에 담긴 각 국가의 화두는?

이번 한중일 PD 포럼에선 일본과 중국의 시대적 과제를 담은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경제성장의 그늘에 숨은 현실을 진단하고 현 세태를 담은 프로그램들에 국가간 경계를 뛰어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본 NHK <일본인은 무슨 생각을 해왔는가 - 숲과 물과 더불어 살다>는 정치·사회 현상과 맞물려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져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개방이 이뤄지던 시기에 ‘인간’과 ‘환경’을 중시한 비주류 사상가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다나카 쇼조는 광독 오염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아시오 광산의 개발 중지에 일생을 바쳤고, 마나카타 구마구스는 정부의 ‘신사합사령’이 지역의 생태계와 문화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지역의 숲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이 작품을 기획한 시오다 준 NHK PD는 “지난해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근대 문명을 받아들인 결과로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서구 문명을 최초로 도입한 19세기에 당시 사상가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는지 검토하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프로그램 감상이 끝난 뒤 양승동 KBS PD는 “기획 의도에서 역사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며 “한국에서도 개발로 인해 강이 파괴되고 물이 오염되는 문제에 대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많은데 한국과 일본이 프로그램을 같이 제작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의 쓰나미 공포를 극대화한 사건이었다. 지난 3월 방영된 일본 히스토리 채널의 <쓰나미 열도-잊고 있었던 교훈>은 쓰나미의 위협과 맞서왔던 조상들의 ‘지혜’와 ‘고훈’에 주목했다. 제작진은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오래된 기록과 전승은 시대와 함께 빛이 바래지고 대부분 잊혀 사라지고 말았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조상들이 후세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내고 다시금 현대에 대한 ‘경고’로 삼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부터 칠월 칠석에 맞춰 방송되고 있는 중국 후난 TV의 <우리결혼했어요 - 칠석만찬>은 결혼식 없이 부부의 연을 맺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혼인신고만 하고 살고 있는 부부의 사연에서 젊은 세대들이 빈손으로 결혼해야만 하는 중국 세태가 드러난다. 방송 전반부에 등장하는 뮤지컬은 “지위와 재산에 집착하는 풍토”를 꼬집는 한편 비용 부담 때문에 결혼식을 기피하는 현상을 일컫는 ‘알몸결혼’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이 프로그램의 총연출을 맡은 천신위 PD는 “지난해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며 “현재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빈부격차”라고 분석했다. 그는 “개혁개방 30년을 맞았지만 많은 이들을 행복한 느낌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코헤이 홋카이도대학 교수도 “젊은세대의 결혼 문제는 3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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