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 등 “답변 못해” 버티기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이하 문방위)의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 국정감사 파행이 계속되자 야당 측 위원들이 단독 국감을 개최하고 나섰다.

그러나 기관 증인들은 “마이크와 속기가 없는 상황에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김재우 이사장), “이 자리에서 답변을 하는 게 국회법 상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박만 위원장)며 답변을 거부, 질문만 존재하는 반쪽 국감이 되고 말았다.

▲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정감사가 파행하자 야당 측 위원들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했다. 민주통합당 측 문방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사진 오른쪽)이 위원장직 대행을 위해 위원장석에 앉아있다.
마이크도 속기도 없는 야당 국감…與 “위원장 회의 거부 상황 아니라는 사무처 판단”

이날 오후 4시 50분, 문방위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 13인과 강동원 무소속 의원은 하루 종일 ‘개시 예정’이었던 국감의 개회를 선언하고 나섰다. 위원장석엔 민주통합당 측 문방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앉았다.

이들은 국회법 제50조 5항 ‘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거나 직무대리자를 지정하지 아니해 위원회가 활동하기 어려운 때에는 위원장이 소속하지 아니하는 교섭단체 소속의 간사 중에서 소속의원 수가 많은 교섭단체 소속인 간사의 순으로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에 의거해 국감을 개회한다고 밝혔다.

한선교 위원장이 주요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 파행한 국감에 대한 책임을 민주통합당에 넘기며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새누리당의 입장에 사실상 동조하며 회의 진행을 거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만, 위원장의 지휘를 받는 사무처에선 마이크와 속기 등 일체의 협조를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측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것은 (상임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2~3일 이상 피해 다니거나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사무처 측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야당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사무처로부터 국감 진행과 관련한 일체의 협조를 받지 못한 채 시작된 야당의 단독 국감에선 현 상황에 대한 규탄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단독 국감 개회에 앞서 야당 측 문방위원들은 한선교 위원장을 윤리위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상임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해 국감이 안 되는 건 처음 봤다”며 “국회의 권한과 역할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한선교 위원장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윤관석 의원은 “한선교 위원장이 정수장학회 등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문제를 온 몸으로 막는 제물 역할을 하면서 사상 초유의 식물 국회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동원 무소속 의원은 “지금 국회법 제50조 5항에 따라 최재천 간사가 지극히 합법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한선교 위원장이 사무처 직원들을 동원해 의사중계를 하지 않고 속기록도 남기지 못하도록 하는 건 법에 따라 고발조치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야당 단독으로 18일 오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질의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야당 단독 국감에 방문진·방심위 “답변 못해”

어렵게 시작된 국감인 만큼 방문진과 방심위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다수의 기관 증인들은 이날 국감의 적법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답변을 거부해 물의를 빚었다.

이날 국감에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재우 이사장에게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에 따르면 김재우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 사이에 MBC 민영화와 관련한 교감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마이크와 속기가 없는 상황에서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입을 다물었다.

박만 위원장도 “피감기관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이 자리에 앉아있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답변을 하는 게 옳은 건지 의문”이라며 “적법하게 감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전병헌 의원은 “이미 국회에 선례가 있는 일로 지금 회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같은 당의 유승희 의원 역시 “1990년부터 여덟 차례나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상임위 진행을 거부해 상대당의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해 개의한 사실이 있다”며 피감기관장들의 답변을 종용했다. 위원장을 대리한 최재천 의원도 “국회에 출석해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으나, 이들 증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국감에서 야당 측 위원들은 김재우 이사장에게 △논문 표절 판정에 따른 사퇴 요구 △MBC 민영화에 대한 입장 표명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관련 사전 교감 의혹 등을 추궁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방심위와 관련해서도 △여당 측 엄광석 위원의 선거법 위반 유죄 확정 △권혁부 부위원장의 KBS 사장 공모 의사 △권혁부 부위원장의 야당 측 위원에 대한 막말 파문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박만 위원장과 권혁부 부위원장은 “서면 답변을 하겠다”, “자유롭게 답변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 달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결국 질의에 대한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한 채 이날 오후 6시 회의는 정회됐다. 최재천 의원은 “기록을 위해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국회법 제50조 5항에 따라 오늘(18일) 회의는 정상적,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이며, 정치적 이유로 증인들에게 불편함을 안긴 건 죄송한 일이지만, 위원회의 절차적 정당성은 여야가 다툴 문제로 (증인들에겐) 피감기관으로서 답변의 의무가 있었다는 점도 확인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민주통합당과 야당 측 위원들은 이날 오후 8시 당초 예정된 MBC 업무보고(비공개)를 받기 위해 MBC로 이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 피감기관장들이 보인 태도처럼 MBC 측에서 정상적인 국감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업무보고를 거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