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이 빠진 테크놀로지의 허무함

|contsmark0|어느 나라 건 만들 수는 없는 영화, 그만큼 헐리우드가 전매특허로 만들어내는 영화는 전쟁대작이었고 컴퓨터그래픽의 발달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전쟁터를 옆에서 보고 들을 수 있게 해주었으며, 폭탄이 터질 때의 임팩트모션까지 보고 싶어하는 우리의 상상을 영화 속의 현실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contsmark1|그러나 규모가 커진다고 사람들의 관심마저 커지는 것은 아니었으며 대규모의 액션 씬이 주는 장엄한 스펙터클이 별다른 매력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을 헐리우드가 깨닫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후 ‘다이하드’를 기점으로 혼자서 빌딩을 사수하던 나 홀로 영웅은 대통령이 직접 ‘에어포스원’을 지키는 등 관심의 초점이 개인영웅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contsmark2|그러한 관심의 초점이동은 전쟁영화에서도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대규모부대가 파견된 이후 보스니아 내전 중에 활약중인 평범한 정찰비행조종사가 적진에서 화려하게 살아남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contsmark3|전쟁 중 고립된 개인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극 사실인 전투장면으로 비쥬얼을 메꿔 가는 같은 출발선상에 두 영화가 놓여져 있다. 특히 ‘에너미라인스’는 거대한 항공모함과 f18기의 화려한 세트를 배경으로 적진에 홀로 남겨진 개인의 고립상황과 대부대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빛나는 개인의 활약상을 다룬다. 보다 가볍게, 훨씬 가벼운 톤으로 써바이벌 전쟁 게임을 즐길 수 있게끔!
|contsmark4|보스니아의 지리한 긴장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버넷중위(오언윌슨)은 단순히(?)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임무항로를 이탈하고 세르비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적진에 불시착한다. 그러자 버넷의 상관 리가트제독(진해크먼)은 휴전협정 때문에 구출작전을 피하고자하는 나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구출작전을 감행한다.
|contsmark5|권태에 빠져있던 평범한 파일럿이 경비가 삼엄한 적진에서 홀로 살아남는다는 스토리는 어쩔 수 없이 1시간 이내에 영웅으로 탈바꿈해야하는 만화적 이미지라인을 필요로 하게된다. 비디오 게임같은 스펙터클로 100분을 채울 수는 없었을까.
|contsmark6|스펙터클의 부족한 화면을 대신 채우기 위해 상대적인 영웅의 이미지가 필요했고 주인공을 더욱 고립된 상황에 빠지게끔 노력하던 플롯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영화의 품격을 높여왔던 진해크만이 오웬윌슨이 연기하는 고독한 버넷역을 위해 충실히 무기력한 조역에 머물게 만든다.
|contsmark7|과거의 돈키호테적인 영웅에서 벗어나 사색하는 그리고 훨씬 왜소하지만 머리가 있는 21세기형 람보를 만들고자하던 제작의도는 비디오게임을 보는 듯한 미사일과 f18의 대결이나 지뢰밭 통과 씬에서 보여주는 셔터스피드와 프레임조율을 통한 슬로우모션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고자한다.
|contsmark8|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장편 cf를 보는 것 같은 시각적인 쾌락이다. 눈앞에서 터지는 것 같은 폭탄과 총탄과 지뢰밭, 단 1.2초에 탈출하는 파일럿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40커트의 화려한 편집은 죤 무어라는 신인 감독이 세가비디오게임광고업계에서 일약 메이져 영화의 수장으로 발탁된 이유를 가진다.
|contsmark9|그리고 여기에 바로 이 영화의 한계가 드러난다. cf 100편의 묶음이 한편의 영화가 될 수 없듯 순간적인 재기 발랄함은 긴 호흡의 드라마구조를 메우기에는 공력이 부족하며 마지막10분에 보여지는 초인적 액션의 결과는 인간을 그려내지 못하는 테크놀로지의 허무함이다.
|contsmark10|전형적인 미국 우월주의라는 헐리우드관습을 벗어나고자 했던 시도는 버넷캐릭터의 새로운 이미지창출에 실패함으로써 적진(behind enemy lines)에서는 탈출했지만 새롭게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미국식 영웅주의 만들기에 대한 강한 내외의 비판을 의식한 새로운 버전 만들기는 소말리아내전으로 무대를 옮겨 역시 또 다른 고립된 상황인 ‘블랙호크다운’에서 계속된다.
|contsmark11|이정표 pdmbc 드라마국|contsmark12|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