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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MBC·부산일보 지분 매각 논란 ‘모른체’…“언론을 개인 재산으로 인식”

‘정수 오발탄’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정수장학회와 관련해 왜곡된 역사관을 드러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선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에 대한 박 후보의 얕은 인식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긴 했으나,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박 후보는 최근의 정수장학회 논란의 핵심 쟁점이었던 MBC(30%), <부산일보>(100%) 지분 비밀 매각 계획 및 이를 통한 박 후보 대선 지원 의혹 등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후보는 또 기자회견에서 “(1962년) 당시 <부산일보>는 자본이 무려 980배나 잠식돼 자력으로 회생하기 힘들 정도의 부실기업이었고, MBC 역시 당시엔 라디오 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였다”며 “너무 견실하게 성장을 해 규모가 커지자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태도와 발언은 언론, 특히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마저도 사적 소유물로 인식하는 것에 다름없다.

우선 박 후보 스스로 ‘공익재단’이라고 강조한 정수장학회가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선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일련의 과정조차 없었고, 더욱이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지분을 매각해 자신의 선거를 도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

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MBC, <부산일보> 등을 강탈했을 당시 규모가 초라했다는 점만을 부각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이들 언론사 지분을 뺏은 것은 규모, 즉 재산 가치보다는 ‘언론사로서의 영향력’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실례로 최루탄이 얼굴에 박힌 채로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 열사의 주검을 처음으로, 그것도 1면에 보도한 건 <부산일보>였다. 또 당시 <부산일보> 사장이었던 김지태씨는 <부산일보> 앞에 부산MBC 중계차를 대도록 한 뒤 사장 집무실에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부정선거 반대 시위를 생중계하게 했다.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부일장학회 사건과 관련해 강제 헌납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당시 정권이) 언론 3사(부산일보, MBC, 부산MBC)를 헌납하게 한 것은 언론기관의 공공성과 중립성 등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을 고려한 것이다. 이호진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은 “박 후보가 언론사를 일반 기업체처럼 보고 있음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후보가 기자회견 당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야당은 그동안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해놓고, 지분을 매각한다 하니 안 된다고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이 지부장은 “<부산일보> 구성원 등이 요구하는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요구 자체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지부장은 “(매각 논의엔) 정수장학회에서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부산일보>가 가장 앞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지적하니 자본의 수단을 빌어 그와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정희 정권이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강하게 냈던 <경향신문>을 1966년 중앙정보부 등을 동원해 강제 매각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도대체 언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박 후보가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 22일 정수장학회의 MBC, <부산일보> 지분 매각 계획 등에 대해 “명쾌하고 소상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기자회견 당시와 비교하면) 진전이긴 하나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자신을 위해 언론사 지분을 매각한다고 하는데, 이를 몰랐다면 알아보고 국민 앞에 박 후보 스스로 소상히 밝히는 게 맞지 않나”라고 지적하며 “박 후보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논평을 내고 “정수장학회가 ‘장물’이라는 점과, 그 장물을 선물로 받은 당사자가 박 후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박 후보가 언론사 지분 매각 등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모든 일에 무관함을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 역시 “문제는 박 후보의 역사인식과 언론관”이라며 “정통성 위기에 처한 박정희 군사 정권이 언론장악을 위해 김지태씨의 여러 재산 중 MBC와 <부산일보>를 노렸던 것처럼 박 후보 또한 아버지 방식을 쫓아 MBC와 <부산일보>를 장악할 것인지, 아니면 최필립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의 사퇴를 과감히 요구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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