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파문 외면하며 도촬 논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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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MBC 민영화 논란 질의 대신 배재정 의원 공격

“이계철 위원장님, 휴대폰을 꺼내 주세요. (증인석으로 다가가) 위원장께서 책상 위에 올려 둔 휴대폰을 누군가 몰래 촬영했다면 통신비밀 침해 아닙니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이하 문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 확인 감사가 열린 24일,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이계철 위원장의 휴대폰을 앞세워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배 의원은 <한겨레>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정수장학회의 MBC(30%), <부산일보>(100%) 보유 지분 매각을 비밀리에 논의한 사실을 폭로한 직후인 지난 16일 정수장학회 사무처장의 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한겨레> 보도 직후인 지난 13~14일 사이 정수장학회 측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 두 명과 긴밀하게 대책을 논의한 정황이 있는 만큼, 박 후보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논의에 박 후보 개입 여부에 대한 질문은 실종된 채 배 의원의 ‘도촬’의혹 논란만 여야 공방 사안으로 남아있는 현실이다.

민주 “새누리당, 달은 안 보고 달 가리키는 손가락만 물어뜯어” 반발

이날 국감에서 김희정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7항을 인용해 “감청은 전기통신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해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정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고 밝힌 뒤 “영상을 본인 동의없이 채록하면 감청인가, 아닌가”라고 이 위원장에게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이 “그렇게 돼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방통위원장이 통비법에 따라 본인 동의없이 영상을 채록하면 감청해 해당한다는 데 동의했다. 문방위 소속 위원이라면 여야 할 것 없이 소관 법률을 지켜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배 의원을 정조준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위원장에게 통비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에 규정된 감청에 따른 벌칙 등을 읽도록 한 뒤 “이는 방통위원장 개인 의견이 아닌 법에 나온 내용이다. 일련의 법은 문방위 소관인 만큼 우리 문방위원들이 앞장서 잘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배 의원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배 의원은 “민생국감을 강조하던 새누리당이 이런 식의 액션까지 취하며 방통위원장에 빗대 동료 의원을 공격하는 데 대해 더없이 유감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 의원은 이어 “정수장학회가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팔아 부산 지역에 선심성을 뿌리겠다는 논의를 했고, 이 정황이 드러난 직후 왜 정수장학회 측과 박근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논의를 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는 요구를 했지만, 새누리당은 ‘문재인(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도촬게이트’ 등의 주장으로 본질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배 의원은 “통화목록을 공개하면 달을 쳐다보긴커녕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보며 이런 식으로 물어 뜯을거라 생각 못하고 했겠나. (새누리당의) 국회 윤리위위원회 제소뿐 아니라 법적 고소·고발도 모두 예상했지만, 정수장학회 파문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선 공익제보를 받은 사안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배 의원이 괜스레 발끈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멀티플랫폼 시대에 국민들은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받아, 이를 지키는 게 민생국감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또 “감청에 대한 법적 규정을 질의했을 뿐인데 이를 압박, 협박으로 받아들이다니 배 의원이야 말로 지나치다”며 “법을 지키는 게 압박인가. 사람이 잘못을 했을 땐 사과를 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 배 의원의 평소 행동으로 볼 때 (도촬 논란이) 자기 일이라면 사찰이라 주장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의 반박에 민주통합당 측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 의원은 “어제(23일)부터 새누리당에서 배재정 의원에 빗대 (도촬 논란 관련) 질의를 할 거라는 소문이 국회에 파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다카키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 이름)란 사람이 있다. 그는 만주군관학교를 1등으로 졸업해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선서를 했고, (광복 이후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해) 부일장학회를 강탈했다’고 하면서 정수장학회 관련 질문을 하면 (새누리당은) 상관 없는 일인가. 이게 배 의원에 대한 공격이지 무슨 질의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최 의원은 김 의원의 이 같은 행태는 국감 파행을 막기 위해 여야 문방위 간사 간에 체결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 의원은 “새누리당이 지금 통비법과 망법 위반을 제기하고 있는데 통비법은 실시간 불법 도청을 했을 때나 적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망법 48조는 벌칙조항이 없고 어떤 사안을 가리키는 것인지 명확하지 못해 학자들 사이에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부분이다. 더구나 공익 제보자가 회사의 컴퓨터를 열람해 내용을 제보한 데 대해 대법원이 무죄로 판결한 판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전병헌, 최민희 의원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물어뜯어선 안 된다”, “문방위에서 논의할 건 정수장학회의 MBC 민영화 논의로, MBC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그리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잘못된 만남 등에 대해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 문방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김희정 의원이 설명한 것처럼 (감청 논란은) 우리 생활과도 직결된 문제에 대한 질의였다”고 두둔했고, 같은 당의 이우현 의원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국감에 오지 않고 정수장학회를 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난 22일 박 후보 측과 정수장학회 관계자 간의 통화내용이 담긴 사진을 배 의원이 도둑 촬영해 공개한 의혹이 있다며 배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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