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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을 넘은 ‘아리랑 축제’

|contsmark0|조선(북한)이 2002년 남북관계의 틀을 결정지을 화두로 ‘아리랑’을 제시했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mass gymnastic and artistic performance)이라는 부제가 붙은 ‘아리랑 축제’의 사실상의 총지휘자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고 보면 그 화두는 김정일 위원장이 제시한 것이다.
|contsmark1|그러자 김대중 대통령은 사실상 ‘아리랑’과 월드컵을 연계한 ‘경의선 공사 재개 조짐’ 발언으로 화답했다. 이로써 모처럼 남북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9·11 테러와 미국의 반테러 전쟁 이후 얼어붙은 한반도에 ‘민족 자주와 공조의 아리랑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2|경의선-아리랑 연계방침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반향은 찬반으로 나뉜다. 한쪽에선 민족의 단합과 이익을 꾀할 수 있는 윈(win)-윈(win) 게임의 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다른 한쪽에선 월드컵 대회에 대한 ‘맞불 작전’이나 ‘파시즘 정치예술’의 상품화로 규정하고 있다.
|contsmark3|반대의 주요 근거는 ‘아리랑’이 지난 89년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과 양상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남한 당국은 북한이 ‘88서울올림픽’에 쏠리는 전세계의 이목을 분산시키려고 그 이듬해 7월 수용인원 15만명으로 세계 최대인 평양 5·1 경기장에서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한 것으로 분석했다.
|contsmark4|그러나 ‘축전’이 올림픽에 대한 맞대응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분석부터가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붕괴되기 직전인 당시의 상황과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달라진 상황을 단순 비교해 북한이 남한의 큰 행사에 맞춰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선전-예술행사를 개최한 것만으로 이를 ‘맞불 작전’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contsmark5|오히려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아리랑에는 6·15 정신의 ‘민족단합과 평화의 염원’을 담은 정책적 의지와 ‘국제사회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contsmark6|물론 북한은 이 행사를 통해 체제 결속과 함께 돈벌이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베이징에 본부를 두고 있는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가 운영하는 조선인포뱅크라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대대적으로 해외 관광객 유치 대행사를 모집하고 있다.
|contsmark7|또 북한의 ‘조선국가관광총국’은 일어판 ‘아리랑’ 안내문에서 공연 관람을 포함해 평양시내, 묘향산, 남포, 장수산, 구월산, 개성 등지를 관광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는 북한의 개방전략이 금강산 등 관광지를 거점으로 한 ‘주변부’에서
|contsmark8|‘공화국의 심장부’ 평양을 거점으로 한 ‘중심부’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 당국이 ‘아리랑’에 거는 기대는, 과거와 달리 ‘남조선 동포’를 겨냥한 선전·홍보전략에서 잘 드러난다.
|contsmark9|북한은 지난해 월간지 <금수강산>(12월호)에 도안된 ‘아리랑’ 장면사진을 원색으로 싣고 “오시라 평양으로, 민족도 하나”라고 참관을 유인하는가 하면, <평양방송>(12월5일)은 보도에서 “남조선 동포 여러분은 아리랑을 볼 기회를 놓치면 일생을 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협박(?)할 정도이다. 이는 금강산 개방실험에 따른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거니와 점·선·면의 개방단계에서 면의 단계로 진입한 것이라는 전향적인 관측도 가능하다.
|contsmark10|실제로 북한 당국은 연일 “북과 남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아리랑의 노래는 6·15 공동선언의 생활력을 증명하고 조선민족의 통일의지를 호소하게 될 것”(평양방송 11월29일)이라며 이 공연이 6·15 정신에 입각한 공연임을 강조한다.
|contsmark11|더 주목할 것은 “오시라 평양으로! 보시라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 못 보면 평생 후회, 남조선도 와서 보고 함께 아리랑도 부르고 비판도 하시라. 볼 기회를 놓친다면 일생을 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문안이다. 이는 조금은 어설퍼 보이지만 분명히 자본주의 상업광고와 다를 게 없다.
|contsmark12|이와 같은 정보와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나름대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사회주의 집체종합예술의 상품화와 자본주의 경제에도 눈을 떴음을 시사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공연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북한이 관광상품과 패키지로 묶은 집체종합예술 공연을 정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contsmark13|북한은 지금 조심스레 자본주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민족적인 것인 가장 세계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실천이라도 하려는 듯이, ‘아리랑’이라는 민족 공통의 언어를 내세워서. 그런데도 언론이 그 ‘민족을 앞세운 자본주의 실험’을 북돋아주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어서야 되겠는가.
|contsmark14|김당 오마이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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