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권력의 ‘공영방송 내편 만들기’ 미래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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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무너지고 협잡이 일상화 된 사회. 천민자본주의에 함몰된 이명박 정부가 5년간 변함없이 보여준 공영방송의 생얼굴은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최시중과 이상득 등 감방으로 간 권력실세들은 공영방송사에 낙하산 사장들을 보내 ‘권력의 애완견’, ‘관영방송’으로 만들었다.

의식있는 기자들은 좌절했다. 공영방송사는 물론 뉴스 전문채널 YTN,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구성원들도 파업을 통해 절규했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진실을 현실에서 실천하고자 했지만 권력과 결탁된 사주의 장악력은 대단했다.

권력에 줄타기 한 언론인들은 국회의원, 차관 등으로 변신했다. 한때 중립인 양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거나 권력을 감시한다던 언론인들이 정당의 대변인으로 혹은 정치인으로 변신한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언론을 바로 세우려는 양심적인 언론인들, 언론을 바탕으로 권력의 품으로 뛰어가기 위해 틈만 나면 추파를 던지는 폴리널리스트들. 왜 정의와 양심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늘 실직, 해고, 징계 등의 대상으로 대책없이 찬바람에 나서야 하는가. 이런 사회에서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가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만 끝나면 공영방송은 제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MBC의 김재철 사장의 위상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KBS 이사회에서 새롭게 추천하는 사장은 ‘권언유착의 구악’으로 ‘절대로 안된다’는 인물이다. 현실의 위기는 미래의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열 명이 넘는 사장 후보군 중에서 KBS 노조, 언론단체 등에서 ‘최악의 인물’로 꼽은 인물. 선정 심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유력하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현실에서 정의는 사라지고 음험한 협잡과 밀실 인사의 냄새가 강하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상임위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하금열 대통령 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MBC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처리가 예정됐던 날 여당 추천인 김충일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철 사장을 ‘스테이(유임)시켜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했다.

기자회견 후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본부장은 이를 부인했고 하금열 실장은 침묵했다. 현시점에서 정확한 진실은 알기 힘들다. 그러나 그동안 현정부의 이중행태, 거짓말 등을 바탕으로 추측하면, 역시 이런 주장이 사실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실장과 새누리당 선대본부장은 왜 이런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을까. 국민은 이들의 주장을 얼마나 신뢰할까.

공영방송의 영향력, 전파력에 대한 통제의 유혹에서 권력은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대통령 선거라는 권력게임에서 방송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는 만큼 후보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참모들은 공영방송을 중립이 아닌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은 강력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법이다.

▲ 김창룡 인제대 교수
권력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갈수록 공영방송의 위상은 추락한다. 공영방송에서 일하는 기자, PD, 작가 등 모든 언론인들은 자부심과 신뢰에 상처를 받게 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과 좌절에 빠진다. 결국 권력은 스스로 부르짖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자가당착에 직면한다.

권력의 끝자락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보인 행태는 훗날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집권당이 미래에도 공영방송을 ‘내 편’으로 만드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때 한국 언론계는 또 다시 혼란과 퇴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무절제한 정치의 개입은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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