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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의 수직적 통합구조 해체는 바람직한 정책방향인가세계적 추세에 역행… 효율적인 모델 재논의 필요

외주비율 상향 정책이 실시되어 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21세기의 핵심 부가가치 산업인 영상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독립제작사를 육성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의 수직적 통합 구조가 해체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그러나 지난 10년의 시행결과는 누가 보기에도 결코 만족스럽지 않다. 과연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는가? 현재의 외주 정책은 정말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지금이 바로 이 정책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를 철저하게 따져봐야할 시점이다.는 6회에 걸쳐 외주정책을 진단하는 연재를 싣는다. 연재글은 지난해 말 MBC에서 발간된 ‘방송과 커뮤니케이션’에 수록된 김재영 세종대 신방과 교수와 김진웅 MBC 연구위원의 글을 필자의 양해를 얻어 일부 편집한 내용이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외주정책에 대한 네가지 신화 / 김재영 세종대 교수① 비율강화로 다양한 독립제작사가 등장하는가② 비율강화로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질이 확보되는가 ③ 독립사와 프로그램 해외경쟁력 강화의 상관관계④ 다매체 시대에 지상파의 수직적 통합구조는 해체돼야 하는가■외주정책논리의 비판과 대안 / 김진웅 MBC 연구위원⑤ 외국사례의 실상과 허상⑥ 외주정책, 대안모델의 모색외주정책의 마지막 분석대상은 지상파방송의 수직적 통합구조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며 독립제작사 육성에도 암적 존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상파방송사의 제작과 편성을 분리해 제작기능은 점차 독립제작사에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외주제작 편성비율 의무화와 같은 지상파방송에 대한 규제방안이 독립제작사 활성화의 관건이 아님은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지상파방송의 수직적 통합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효율적인 모델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상품은 생산과정의 특성상 대량으로 생산하면 할수록 단위당 평균비용이 감소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소비자 증가에 따른 비용증가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반면 이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미디어 산업은 생산과 배급부문을 통합시킬 뿐만 아니라 배급부문에서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MBC의 경우, 서울 본사가 19개 지방 MBC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함으로써 본사의 방송프로그램을 전국 시장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으며,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수요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경제적 측면에서 지상파방송의 수직적 통합구조는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거래비용을 감소시키고 마케팅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는 시청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의 하락을 가져와 사업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현재 미디어 산업의 수직적 통합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알려진 바와 같이 ‘Silvio Berlusconi’, ‘Rupert Murdoch’, ‘Robert Maxwell’과 같은 미디어 재벌들은 1990년대 이전부터 인수·합병 등을 통해 미디어 산업의 수직적 및 수평적 통합을 꾀했으며 그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해왔다. 1995년 7월 프로그램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가 190억 달러에 ABC를 인수하는 등 방송영상시장에서의 수직적 통합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특히 1996년에 방송사의 수직통합을 제한한 Fin-Syn Rule이 폐지되고 미디어 산업간 교차소유 금지를 철폐한 텔레커뮤니케이션 법안(Telecommunications Act of 1996)이 통과되면서 이 경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정보기술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인 Idate가 분석한 지난 5년 간 이루어진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인수합병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분야 사업자들은 생산·프로그래밍·유통 등 시장의 모든 단계에 걸쳐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했으며, 그 결과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현상은 수직적 통합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 보고서는 프랑스의 Canal Plus와 미국의 월트 디즈니를 꼽았다. 또한, 최근에는 방송사와 통신업체 혹은 비디오영화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산업들이 제휴관계를 맺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은 방송사의 수직적 통합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세계 방송영상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수직적 통합의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방송영상산업의 독과점화다. 수직적 통합으로 전 세계에 걸쳐 유통창구를 확보한 독점사업체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해외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그 영향력을 더욱 더 공고히 하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문화적 침투를 가속화하고 있다. 위성방송 실시와 함께 본격적인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늘어난 채널의 대부분이 외국 영상물로 채워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위성방송 채널이 최대 2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2005년까지 국내 프로그램 개발 및 공급기반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위성방송은 외국산 콘텐츠를 실어 내보내는 껍데기 방송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우리의 방송영상시장은 외국 영상프로그램의 유통을 위한 하부시장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된다. 문화의 국제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나 다채널화에 따른 외국 영상물 범람 및 문화종속은 국내 영상산업의 공멸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정체성 상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시장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내 영상산업의 하부구조가 발달해야 하고 경쟁력 있는 영상프로그램이 생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방송영상시장의 현실적 조건 - 대부분의 독립제작사들은 자본금 규모나 인력, 보유장비 등에서 영세함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1) 제작인력을 공급하거나 시설장비 등을 대여하는 영상관련산업도 발달하지 못한 반면 지상파방송은 영상콘텐츠 제작과 판매에서 절대적·비교적 우위에 있는 상황 - 을 고려할 때 지상파방송사의 수직적 통합구조를 해체함으로써 경영압박을 가하는 것은 영상산업 발전의 처방이 될 수 없다. 사실 방송사의 수직적 통합구조는 이들의 자율적 선택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그 동안의 방송정책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오히려 수직적 통합구조를 매개로 지상파방송사의 재정구조를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영상물을 제작하게 함으로써 국내 영상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확보토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안이다. 프로그램 질과 제작비용간에 함수관계가 존재하는 한 수직적 통합을 통해 경제적 효율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지상파방송 시스템은 영상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 및 확보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수한 인력과 제작 능력, 현대적인 시설과 설비를 보유한 지상파방송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방송산업의 중추로서 전략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지상파방송이 뉴미디어 방송에 진출하는데 대해 사회적인 영향력 확대 등의 이유로 반대가 있었으나 뉴미디어에 대해서는 사회적 영향력의 차원보다는 방송산업의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미디어 산업의 수직적 통합구조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이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로 볼 때 그 정당성을 갖기 힘들며 오히려 수직적 통합에 따른 방송영상산업의 독점화 경향과 이에 따른 외국 영상물의 국내 잠식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수직적 통합구조를 갖춘 지상파방송을 우리나라 방송영상산업의 견인차로 자리매김시킬 필요가 절실하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지상파방송의 수직적 통합구조를 해체함으로써 그 역할을 제한하는 정책방향은 우리나라 영상산업 발전에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김재영 / 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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