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범위 내 격차 … ‘여론조작’ 악용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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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대선 지지율 조사의 겉과 속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하루 앞둔 현재(11일 기준)까지 결과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18대 대통령 선거는 초박빙으로 치러지고 있다. 연일 쏟아지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원을 선언한 이후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후보간의 격차는 3~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안 전 후보 지지층과 부동층의 표심에 따라 오는 19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12일 마지막으로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아직까지 지지 후보를 정하기 못한 유권자들과 각 후보 캠프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 5월 ‘경마식 보도’ 표현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공정성이나 정확성에 의심이 가는 결과는 보도하지 말 것을 권고한 이유는 이런 여론조사의 영향력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보도를 보면 공정하고 정확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의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 기관마다 다른 이유는 유무선 비율과 표본, 질문 내용 등이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도입된 유무선 병행 방식은 주요 변수로 지목받고 있다.

▲ <조선일보> 12월 10일자 보도.
예컨대 SBS가 TNS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양일간 진행한 조사는 유무선 전화를 절반씩 섞었고,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100% 휴대전화 방식으로 조사를 했다. <오마이뉴스>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 데에는 조사방식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무선 비율의 영향은 최근 <뉴스타파>가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다루면서 여론조사기관 엠비존에 의뢰해 11월 28일~29일 동안 ‘휴대전화 100%’와 ‘집전화 50%+휴대전화 50%’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절반씩 할당한 경우 휴대전화 응답결과만 떼어놓고 보면 문 후보가 46.9%, 박 후보는 40.6%로 집계됐다.

<뉴스타파>는 “여론조사는 기본적으로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데, 언론사는 마치 과학적인 것처럼 포장하면서 후보들을 줄 세우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에 언론사의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당부했다. 조사 결과 보도가 오히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우려는 특히 오차 범위 안에 있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서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오차 범위 내의 격차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도에서는 의미있는 수치로 포장되기 일쑤다.

<조선일보>가 최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47.5%, 문재인 42.7%였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로 오차 범위내에 있지만 <조선>은 지난 10일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후보간 지지율 격차를 강조해 ‘朴 47.5 文 42.7…격차는 그대로’로 뽑았다.

“박 후보와 문 호보 양쪽 지지층이 모두 결집하고 있으며 안 전 교수의 문 후보 지원 효과는 이런 세 대결에 묻혀 미풍에 그친 셈”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중앙일보>가 지난 4일 1차 대선 TV토론 직후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는 전국언론노조 산하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로부터 “전국 단위 일간지가 보도한 여론조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트위터리안에게 ‘최악의 대선보도’로 뽑힌 <중앙> 보도는 TV토론이 진행되는 중간에 554명을 임의적으로 편의표집방식으로 추출한 게 문제가 됐다. ‘100% 집전화’를 통해 이뤄진 조사에서 ‘누가 TV토론을 잘했냐’는 질문에 박근혜 36.0%, 문재인 29.2%, 이정희 19.2%순으로 지지를 얻었다고 중앙은 보도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2%포인트였다.

2차 토론 뒤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유선전화 RDD(임의번호걸기) 방식으로 각 후보별로 평가를 매겼다. <“토론 잘했다”…1차보다 박 오르고 문은 내려> 기사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40%, 문재인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은 28.1%, 이정희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은 18.0%였다.

<서울신문> 여론조사는 이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이 토론 시청 후 후보에 대한 이미지 변화를 ‘엠브레인’에 맡겨 조사한 결과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박 후보 26.7%, 문 후보 34.8%, 이 후보 25.6%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엠브레인 조사패널 95만명 중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를 무작위로 추출한 대상자 중 TV토론을 시청한 995명에 대해 온라인 및 모바일 웹 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표본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매체 성향별로 나뉘는 보도 경향은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여야가 보이고 있는 태도와 무관치 않다. 특히 조선과 중앙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안풍(安風)’ 효과를 축소하면서 ‘지지율’ 굳히기에 들어간 새누리당의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셈이다.

지난 10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론조사에는 우세자 편승효과인 밴드웨건 이펙트와 2등을 따라가는 언더독 이펙트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백드웨건 이펙트가 더 강했다”며 “비록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독자나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끌려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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