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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벼랑 끝에 몰아넣은 사회적 타살”…조중동 단신 보도도 안해

대선이 끝난 지 나흘만에 노동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수 정부 재출범에 대한 절망이 노동자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동문제가 떠오르고 있지만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21일 최 아무개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노조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졌고, 지난 22일에는 이 아무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전 조직부장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경찰은 이씨가 ‘동지들에게 미안하다. 회사 폭력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아왔지만, 원칙을 잃지 않고 살아왔다’는 유서 형식 메모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아파트 19층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 <경향신문> 12월 24일자 1면 기사.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2004년 2월 동료 박일수씨가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하자, 현대중공업 안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다 5시간 만에 경비용역들에게 끌려 내려와 폭행을 당했다. 이후 해고된 이씨는 택시기사로 일해왔지만, 아직도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24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민권연대 활동가 최모씨(40)도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동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권연대 관계자는 “(최씨의 죽음에는) 대선 결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3일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에 대해 “이 세 분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5년을 더 버틸 자신이 없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당선자가 대통합을 말하려면 노동 현안 해결부터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이들의 죽음은 개인적 자살이 아니라 노조를 무력화해 벼랑길로 몰아넣는 ‘사회적 타살’”이라며 “새 정부 아래선 더는 정리해고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겨레> 1면 기사에 따르면 김 지도위원은 22일 밤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씨의 빈소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민주화와 국민 대통합을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노동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 문제에 대해 보수신문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24일자 1면에서 보도한 것에 반해 조·중·동과 <국민일보>는 노동자들의 자살 문제를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각각 사회면과 종합면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인 ‘솔로대첩’ 을 3단 기사로 처리하면서도 노동현안으로 떠오른 노동자들의 자살문제는 외면했다. 그동안 보수신문이 지켜온 '친자본 반노동'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이같은 보도 태도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불리한 뉴스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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