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대담, 보수 결집 위한 숨은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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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민단체, MBC 특집 편성에 비판

MBC가 지난 15일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1987년 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 씨와의 대담을 긴급 편성해 방송을 내보낸 것과 관련해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MBC의 갑작스런 편성을 두고 “MBC가 특정세력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라는 비난까지 나올 정도다.

MBC가 KAL기 폭파 25주년 특별 대담으로 마련한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은 방송 당일(15일) 부랴부랴 리허설과 녹화가 진행돼 편성 경위에 대한 외압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방송에서 김현희씨는 지난 2003년 <PD수첩>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 이번 방송으로 뉴라이트 측 입장이 일방적으로 전달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지난 15일 방송된 MBC <특별대담 -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MBC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MBC노조)는 16일 성명에서 “KAL기 사건 방송조작설은 오래전부터 뉴라이트 단체의 단골 메뉴였다. 결국 특정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의 힘을 타서 공중파를 이용해 먹은 것과 다름이 없다”며 “정치권과 외부세력의 압력으로 특정한 시각의 프로그램이 생산되고 시청되는 사회로 돌아갔다”라고 비판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도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방문진은 야당 이사 없이 여당 이사들만 참여한 가운데 뉴라이트 단체 출신 일부 여당 이사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서 프로그램 방송을 지시했다”며 “김 사장은 이를 충실히 따랐다. 다시 말해서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 특정 세력의 전유물로 전락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언론시민단체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공영방송 MBC가 자체적으로 기획을 했든, 방문진의 외압이 있었든지 결국은 현재 북한과의 관계라든지, (차기 정부의) 국민 대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신중함이 반영돼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해 굉장히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도 “실제 KAL기 폭파사건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수차례 조작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공식 발표 없이, 또 김현희 씨의 참회나 반성 없이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건 국민 정서로 비춰보면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KAL기 폭파 사건에 대한 재조명 차원이었다면 이번과 같은 형식(특별 대담)이 아닌 사실관계와 조작의혹 등을 충분히 조사해 차근차근 풀어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야 했다”라고 지적한 뒤 “결국 반북 정서에 대한 보수를 결집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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