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에 빠진 TV, ‘아기돌’ 부작용엔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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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빠 어디가', Mnet '보이스 키즈' 인기

▲ MBC <일밤 - 아빠 어디가>. ⓒMBC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안방극장을 동심으로 물들이고 있다. 5명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겪는 좌충우돌 여행기를 담은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아이들이 노래실력을 뽐내는 Mnet <보이스 키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빠 어디가>의 기획 의도는 ‘부자(父子)관계를 통해 본 아빠들의 이야기’이지만 막상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의 관심은 아이들에게 쏠렸다. 특히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타고난 먹성과 송종국의 딸 지아를 향한 과감한 애정공세로 <아빠 어디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홍일점 지아와 의젓한 준이(성동일 아들), 듬직한 맏형 역할을 해내고 있는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에게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이스 키즈>는 오는 2월 22일 시작하는 <보이스 코리아>시즌 2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편성했지만 <보이스 코리아> 시즌2 제작진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지난 11일 방송은 케이블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동안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조연에 그쳤던 ‘키즈 보컬리스트’를 발굴하자는 게 <보이스 키즈>의 기획 의도다.

미성과 성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은 실력으로 무장한 키즈들의 노래에 위안을 얻는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각박한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이 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프로그램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방송에 출연한 아이들에게 이들 프로그램이 연예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들까지 방송에 이용하려는 방송사의 상업성과 연예인을 선망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 Mnet <보이스 키즈>.
실제 연예인들이 자녀와 함께 나와 퀴즈를 푸는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은 아역스타의 산실이 된 지 오래다. <붕어빵> 통해 데뷔한 박찬민 아나운서의 딸 민하는 이미 여러편의 광고에 출연했고 ‘신들의 만찬’ 등 드라마에서 아역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염경환은 최근 MBC <라디오 스타>에 나와 “아들 때문에 먹고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유곤 <아빠 어디가> PD는 “방송에 나오는 아빠들도 아이를 연예인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는 없다”며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지만 우선은 부모에게 아이들이 자신이 출연한 방송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대중의 관심을 갑자기 받게 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SBS <순풍 산풍인과>에서 미달이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성은 등 ‘아역배우’ 출신들이 대중의 악플로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주목받는 아역배우인 김유정은 최근 SBS <강심장>에 나와 “안티카페에 들어가 보니 충격적인 댓글이 있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선 <아빠 어디가> 출연 중인 아이들을 겨냥한 악플도 눈에 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보이스 키즈>는 방송에 앞서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광석 <보이스 키즈> CP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경쟁보다 아이들의 재능을 펼쳐 보이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탈락하는 아이들이 받는 실망감을 줄이기 위해 트리오 배틀 방식을 차용하고, 방송에서 경쟁을 부추기는 ‘진검승부’ ‘탈락’ 등의 표현도 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작과정에서 아이들의 정서를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방송 출연으로 겪게 될 변화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직 자아가 확립이 안된 아이들의 방송 출연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아이돌을 넘어 ‘아기돌’까지 생기는 사회 분위기이지만 아이들이 대중의 반응에 따라 받게 되는 좌절과 상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다”며 “방송사는 방송을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게 아닌지, 부모님도 아이에게 방송 출연이 유익한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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