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 관대한 방심위 “과징금은 안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접광고 제재 수위 놓고 여야 설전…야당측 위원들 “지상파 봐주기” 반발

도를 넘어 선  간접광고로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 박만)는 24일 정기회의를 열고 협찬고지 위반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46조(광고효과의 제한) 제2항을 위반한 SBS <다섯손가락>과 MBC <우리 결혼했어요>· KBS <세상에도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대해선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MBC <섹션 TV 연예통신>에는 경고를 결정했다.

▲ KBS <착한 남자> 갤럭시노트 간접광고 한 장면.
하지만 지상파의 ‘간접광고’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도 ‘관계자 징계 및 경고’로 그친 것을 두고 ‘지상파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날 회의 전까지만 해도 과징금 부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정기회의에 앞서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선 <다섯손가락>과 MBC <우리결혼했어요>는 최고제재인 과징금 부과 의견이 다수였다.

위원들도 지상파의 간접광고에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제재를 받은 <SBS 다섯손가락>과 MBC <섹션 TV 연예통신>, KBS <착한남자> 등은 모두 삼성 갤럭시 노트 2 제품이 등장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는 광희와 한선화 커플이 운동화 매장에서 운동화를 직접 제작하는 장면에서 제품과 광고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장시간 노출됐다.

야당 측의 김택곤 상임위원은 “방송 3사 모두 간접광고 위반의 정도가 심각하다”며 “이제는 변종바이러스처럼 팽배해진 간접광고를 확실하게 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낙인 위원도 “SBS는 <내딸 꽃님이> 프로그램에서 이전에도 같은 내용으로 제재를 받았는데 단순한 경고 정도로는 시정할 수 없다고 본다”며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수의 위원들은 간접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과징금 부과에는 신중해야 하다는 주장을 폈다. 엄광석 위원은 “과징금은 마지막 수단인데 지나친 감이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 스마트폰 기능을 시연하고 보여주는 장면도 우리의 생활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말했다. 박성희 위원도 “SBS 쪽에서 의견 진술을 통해 드라마 간접광고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며 과징금 부과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박만 위원장 역시 “<다섯 손가락>은 과징금에 처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중대한 위반사항”이라면서도 “하지만 제재 최고 수위를 파급력이 큰 지상파 방송에 행사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징금 부과를 주장했던 야당 추천 위원들은 ‘지상파 봐주기’라고 맞섰다. 장낙인 위원은 “방심위에서 지금까지 총 8번의 과징금 부과가 있었는데 홈쇼핑채널을 제외하고 7번 모두 힘없는 케이블이 제재를 받았다”며 “지상파만 유독 봐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신 위원도 “지금까지 방심위에서 파급 효과가 크면 징계 수위를 높였지, 낮춘 경우는 없었다”며 “케이블에서 했던 어떤 방송보다 더 적나라하고 뻔뻔하게 광고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징계 수위를 놓고 언성을 높이다 결국 이들 위원들은 회의장을 퇴장했다.

김택곤 위원도 퇴장함에 따라 이날 논의하기로 했던 MBC <뉴스데스크> ‘정수장학회 보도’ 건은 다음 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박만 위원장은 “지난 회의에서 이 사건 수사를 지켜볼 필요성이 있고 <한겨레>측의 변명을 들어보자는 이유로 <뉴스데스크> 보도 건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며 “뜻하지 않게 몇분이 안 계신 상황에서 의결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방심위 정기회의는 오는 2월 7일에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