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언론장악 공신’ 막판까지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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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등 측근 설 특별사면…野 “해직 언론인들 명예회복이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한 55명에 대한 설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언론계는 특히 최 전 위원장 사면에 격앙하는 분위기로, 이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남용’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즉석 안건으로 특별사면안을 상정해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최 전 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 최측근 인사들이 모두 특별사면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특사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사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계 안팎에서 특히 문제 삼고 있는 인사는 바로 최 전 위원장이다. 법무부는 이날 특사 대상자와 배경을 발표하며 “최 전 위원장의 경우 고령이고 국가에 기여한 부분을 고려해 (특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언론인들과 야당은 이 대통령이 ‘언론장악 공신’이자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해 자신의 선거비용으로 쓴 최 전 위원장에 대한 명백한 ‘보은형’ 특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29일 논란 끝에 특별사면 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4월 25일 당시 피내사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석하던 도중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노컷뉴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특사 명단 발표 직후 국회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최 전 위원장은 현 정권의 언론장악 논란의 핵심”이라며 “그가 지휘한 언론장악에 저항하다 해직 등의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의 복직과 명예회복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최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 측근이란 이유만으로 ‘법적으로’ 죄를 용서받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언론대책위원회(위원장 유승희) 소속 의원들은 이날 공동명의 성명을 내고 “최 전 위원장은 방송장악을 공물로 바쳐 이명박 정부 최고의 권력을 향유한 인물”이라며 “언론장악 청문회에 서서 그간의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받고 무한책임을 져야할 인물을 특별사면한 것은 사실상 방송장악에 대한 포상이자 면죄부”라고 비판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원내대변인도 “권력에 기생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최시중 전 위원장 등에 대한 사면은 어떤 명분도 없는 사면권 남용”이라며 “임기 마지막까지 철저히 귀를 닫은 고집불통의 이 대통령 모습에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할 말을 잊게 만드는 황당한 특사로, 명단을 듣고 ‘후안무치’ ‘국정농단’ ‘인면수심’ 등의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라며 “이 대통령이 국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않은 지난 5년의 행태에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함이 끝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최 전 위원장의 비리가 이 대통령 본인의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어 권력 남용으로 ‘감싸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앞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8일 발표한 논평에서 “최 전 위원장은 ‘특사’가 아닌 ‘추가 수사’가 필요한 인물”이라며 최 전 위원장이 방통위원장 재직 시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여당 의원들에게 수백만원이 든 현금봉투를 돌린 의혹과 ‘양아들’ 정용욱 전 정책보좌관을 둘러싼 갖가지 비리 추문 연관 의혹 등을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여당 역시 이날 특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당선인 측 조윤선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임기 말 특사 단행과 관련해 “이번 특사에 부정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데 대해 박 당선인이 큰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하며 “이번 특사 강행 조치는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도 “청와대가 권력형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형기를 마치지 않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특별사면한 것은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월에 일어났던 용산참사 관련 수감자 6인 중 1인을 제외한 5인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켜 ‘잔형면제’ 했으나,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과 함께 이들을 사면한 것을 두고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누리꾼 등은 “측근사면을 위한 방패막이 사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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