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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경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인터뷰] SBS <청담동 앨리스> 김지운·김진희 작가 박수선 기자l승인2013.01.29 16: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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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청담동 앨리스>를 집필한 김지운(오른쪽)·김진희(왼쪽) 작가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한세경이 청담동 며느리가 된 SBS <청담동 앨리스>의 결말은 분명 판타지다. 가난한 여주인공이 운 좋게 재벌 2세를 만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신데렐라 드라마의 해피엔딩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도 남자 잡아서 청담동 들어 갈거야’라고 선언한 뒤 자신의 사랑을 ‘비즈니스’라고 규정한 한세경(문근영)처럼 자신의 욕망을 내보인 여자 주인공은 아직까지 없었다.

‘노력이 나를 만든다’는 좌우명대로 살아온 20대의 희망을 꺾은 건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18대 대선 토론회에서 드라마 제목이 거론될 정도로 <청담동 앨리스>는 ‘88만원 세대’, 하우스 푸어, 재벌의 골목상권 진출 등의 사회문제의 이면을 드러냈다. 지난 27일 종영한 <청담동 앨리스>를 집필한 김지운·김진희 작가를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났다.

<청담동 앨리스>는 두 작가의 데뷔작이다. 이들은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쓴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보조작가로 활동하다 이번에 ‘입봉’하게 됐다. 첫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어떡하지’, ‘큰일 났어’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선생님들 없이 처음 대본을 쓰는 거라서 부담감도 크고 시간 배분도 안됐어요.”(김진희)

<청담동 앨리스>는 2명의 작가와 참신한 기획과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노하우가 더해져 탄생한 작품이다.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세운 작가전문회사 ‘캐이피앤쇼’의 세 번째 작품인데 김영현·박상현 작가도 크리에이터로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

집단 창작시스템을 도입한 <청담동 앨리스>는 본격적인 대본작업에 들어가기까지 일주일에 다섯차례의 회의를 거쳤다. 아이템회의, 라인회의, 각 회별, 신 구성까지 완성을 한 뒤 두 명의 작가가 대본을 쓰는 식이다. “의견이 다를 때는 누가 설득력을 시키느냐의 문제죠. 이번 작품은 저희가 대본을 쓰는 거니까 선생님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방향이 정해졌어요.”(김지운)

   
▲ 지난 27일 종영한 SBS <청담동 앨리스>. ⓒSBS
chapter 1. 이상한 나라 ‘청담동’

이런 과정을 거쳐 2010년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청담동 며느리 되기’ 프로젝트는 16부작 미니시리즈로 완성됐다. 그런데 왜 청담동이었을까. 드라마의 공간이 되는 ‘청담동’은 차승조(박시후)에게는 “단지 내가 사는 곳”이지만 한세경, 서윤주(소이현), 타미홍(김지석) 등 드라마 등장인물을 비롯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겐 욕망이 향하는 곳이다.

<청담동 앨리스>를 쓴 두 작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실상은 잘 모르지만 청담동은 우리들이 동경하는 곳이잖아요. 왠지 화려하고 들어가면 욕망을 이룰 것 같고요.”(김진희)

“취재 과정에서 충격적이었던 게 강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을 주변에 수소문 했는데 아무도 없는 거예요. 청담동이 이상한 나라인지,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상한 나라인지 단정하진 않았지만 청담동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청담동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키우는 존재죠.”(김지운)

청담동으로 대표되는 계급사회의 장벽이 높아질수록 여기에 좌절하는 이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다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내야 한다”는 세경의 대사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는 ‘삼포세대’로 지칭되는 또래의 젊은 세대들에게 건네는 작가들의 위로이기도 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게을러서, 잘못해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잖아요. 사회 시스템을 보면 노력해도 올라갈 수 있는 선은 정해져 있는데 말이죠. 모두 ‘내 탓’을 하고 있을 때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사람, 드라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진희)

   
▲ SBS <청담동 앨리스> 주인공 문근영.

chapter 2. ‘돌 맞는 신데렐라’

깡통아파트를 안고 어쩌지 못하고 있는 부모님, 가난 때문에 떠난 남자친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안목을 요구하는 사회는 결국 ‘캔디’ 세경이 ‘청담동’을 욕망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그러나 욕망을 감춘 캔디는 동정 받지만 욕망을 드러낸 캔디는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랬다간 세경처럼 ‘된장녀’ ‘꽃뱀’으로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승조에게 다가가는 세경과 같은 캐릭터를 드라마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청담동 앨리스>는 세경의 행동을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드라마였다. “기획했을 때부터 욕을 먹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노력 하나로 버텨온 세경은 승조의 마음을 얻기 위해 또 끊임없이 노력을 하잖아요. 이런 세경의 태도에 돌을 던질 수는 있어요. 하지만 돌을 던지는 사람들 중에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김지운)

우려대로 세경을 비난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세경을 연기한 문근영의 외모 논란까지 겹쳐 ‘미스 캐스팅’ 지적이 잇따랐다. “근영씨는 저희들보다 세경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연기했는데 연기 외적인 것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게 안타까웠죠. 그런데도 근영씨는 작품 중간에도 틈틈이 문자메시지를 보내 ‘욕 먹어도 상관없어요’라고 오히려 저희들에게 힘을 줬어요.”(김진희)

chapter 3. “반쯤 눈을 감고 반쯤만 믿기”

사람과 사랑을 믿지 못하는 승조에게 의심받았던 세경의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 사이 ‘세상에 분노했던’ 세경도 달라져 있었다.

마지막회에서 인턴 디자이너가 된 세경은 “여전히 세상에 화가 나 있지만 화난 척 해서도 안 되고, 화가 났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고 독백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의 언니가 반쯤 눈을 감고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와 있다고 반쯤 믿는 것처럼 세경도 세상과 절반의 타협을 한 것이다.

현실에 순응하면서 사는 게 성숙된 어른이라는 메시지는 세경이 현실에 꿋꿋하게 맞서길 원했던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형적인 결말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 중에서 성공한 사람을 보고 싶어’라는 타미홍의 대사가 있어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더라도, 세경이 성공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김지운)

“드라마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청자들은 희망을 보고 싶어해요. 허구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보고 작은 힐링이 됐다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김진희)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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