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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드라마 주당 30편 넘어 … 제작자원은 제자리 걸음

시청률·광고판매에 효자노릇 톡톡히막무가내식 편수늘리기에 질저하 우려시청률 상승의 1등 견인차로 여겨지는 드라마가 최근 들어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거나 시청률 선점을 위해 방송시간이 늘어나는 등 각 사별로 드라마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작자원은 한정돼 있으나 편수만 늘어나 결국 프로그램 질 저하로 귀결된다는 점과 지나친 시청률 경쟁을 초래한다는 측면에서 우려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현황과 경쟁과열 = 각 사가 드라마 편성을 경쟁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개편부터이다. KBS는 평일 저녁시간대 방영중인 오락 프로그램의 앞뒤로 시트콤과 일일극을 편성했고, MBC도 이와 마찬가지다. 특히 MBC는 지난해 성인시트콤 <연인들> 편성을 위해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 중 하나인 방송시간을 10여년만에 옮기기도 했다. MBC의 한 제작진은 “시청률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시트콤을 월·화 이틀간 연속 편성하기 위해 10년 이상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던 을 이동시킨 것은 시청률 지상주의 편성”이라고 비판했다. SBS도 월요일 8시45분부터 12시15분까지와 일요일 8시45분부터 11시40분까지 드라마 또는 시트콤이 연속으로 편성하고 있을 정도로 드라마가 많다. 특히 SBS는 오는 3월 2일부터 새 주말드라마 <유리구두>를 <화려한 시절>(방송 8시50분)과 연이어 내보내는 이례적인 편성을 했다. SBS 편성국 한 관계자는 “적절한 편성시간대가 없었고, 예전에도 <임꺽정>, <3김 시대> 등에서 이와 같은 전례가 있었다”며 “특별히 시청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타사들은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MBC 편성국 한 관계자는 “드라마 경쟁을 예고하는 것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3사에서 일주일간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만 해도 모두 30여편 이상이며, 재방송이나 앙코르 드라마·재연드라마까지 합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시청률과 광고판매 = 각 사들이 드라마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방송전문가들은 시청률 확보와 이로 인한 광고판매효과에 있다고 말한다. 김태은 방송광고공사 연구원은 “방송사들이 드라마 편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주된 이유는 시청률 확보에 있다”면서 “인기 드라마의 경우 인접 프로그램 시청률에까지 영향을 주는 등 방송사 전체의 인기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가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음은 지난 한해동안 방송된 장르별 시청률 분석자료에서도 알 수 있다. TNS 미디어 코리아에서 분석한 2001년 각 장르별 시청률자료를 보면 드라마가 평균 14%(KBS1 20.3%, KBS2 9.6%, MBC 14.6%, SBS 15%)로 오락 9.1%, 정보 6.1%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타 장르에 비해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드라마에 집중 투자한다는 것은 방송사 입장으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또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을 경우 방송사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돼 방송광고 판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한 방송광고담당자는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전적으로 광고 판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어떤 드라마가 시청률이 좋다면 광고판매율이 올라가는데 이럴 경우 광고주들은 시청률이 저조한 다른 프로그램과 패키지로 묶어서라도 광고를 하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게 나오면 시청률이 저조한 다른 프로그램의 광고 판매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예상되는 부작용 = 현재 방송광고 판매단가는 시간대와 장르에 따라 달라지는 데 A·B·C·SA 등 4시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가장 높은 시급은 SA(평일 밤8시∼밤11시·토요일 밤7시∼밤11시·일요일 밤7시∼밤11시30분), 가장 낮은 시급은 C(평일 정오부터 오후5시, 새벽 24시30분 이후)이다. 또한 광고 단가는 장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드라마와 보도가 다른 장르에 비해 단가가 높은 편이다. 이외에 방송사별로 판매단가가 일정한데 반해 SBS의 경우 예외적으로 시청률 연동제(탄력요금제)가 적용돼 시청률이 일정 선 이상 올라갈 경우 탄력적으로 광고단가를 올리기도 한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가장 높은 시급인 SA 시간대에 드라마를 집중 편성하고 있다.‘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이 지난 21일 발표한 ‘드라마편성에 관한 보고서’에서 방송3사 드라마의 53.85%가 SA시간대와 유사한 주시청시간대(평일 19시∼23시·주말 18시∼23시)에 방송된다고 분석했다. 방송전문가들은 앞으로 드라마 편성이 증가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대 이창현 언론학과 교수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은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방송사가 먼저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방송사의 수익증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창의적인 내용생산이나 제작인력 등 드라마 자산을 고갈시켜 결국 프로그램 질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또한 “우리같이 드라마 편성이 많은 경우는 외국에서도 흔치 않으며, 대부분 사전 전작제가 정착돼 무리한 시간연장을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방송의 경우 최근 20년 동안 멜로 드라마를 제외한 주시청시간대 드라마 편성은 계속 줄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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