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 상품, 촬영장서 ‘불쑥’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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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심의전담 PD에게 듣는 간접광고와의 전쟁

간접광고 규정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제재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지상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광고주의 요구와 엄격한 방심위의 심의규정 적용 사이에서 이대로 가다간 최고 제재인 과징금 부과도 시간문제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실제 지난달 24일 MBC <우리 결혼했어요> 등 4개 프로그램에 대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결정한 방심위 정기회의에선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0년 간접광고가 양성화된 뒤 지상파 3사가 간접광고 심의 규정(광고 효과제한) 위반으로 방심위의 징계를 받은 건수는 2010년 14건에서 2011년 39건, 2012년 41건으로 크게 늘었다. 사정이 이쯤되자 지상파도 간접광고 심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SBS는 올해부터 드라마센터에 심의전담 PD를 두고 상시적인 심의 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심의규정 위반으로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불이익이 되는 감점 15점을 받았던 SBS 드라마센터는 올해 10점을 목표로 ‘감점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욕설, 비속어, 수용수준 규정 위반도 문제이지만 최근 크게 늘어난 간접광고 효과 위반으로 인한 제재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간접광고 규정 위반은 현장에서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사내 심의 과정에서 지적을 받았던 부분을 사전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 촬영 스케줄표에 대본심의에서 받은 지적 사항을 명기하기 시작한 것도 주의환기 차원이다.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김 아무개 PD는 “심의 규정을 알고 있지만 촬영 현장이 워낙 정신이 없이 돌아가다 보니 인식을 못하고, ‘이 정도는 되겠지’라는 안일하게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며 “스크립터, 조연출, PD 등 현장에 있는 스태프에게 ‘사전대본 심의에서 지적받은 부분은 특히 조심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관계자들에 따르면 간접광고 제도가 허용된 이후 제작사와 방송사 관계자들이 촬영현장에서 간접광고 수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이 때문에 SBS가 스케줄표에 심의 지적사항을 포함한 데에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제작사와 광고주에 대한 방어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현장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외주제작사 관계자가 간접광고 상품을 카메라 앵글 안에 넣는다거나 스태프를 데리고 와 다시 촬영을 요구하면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간접광고를 못해 제작비가 줄어들게 되면 촬영일수도 줄여야 한다는 제작사 관계자의 엄포는 PD에겐 큰 압박이 된다. 제작비를 줄이려고 ‘직접광고’ 수준의 간접광고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방송사도 할 말은 있다는 것이다. 제작사 압박에 간접광고를 했는데 방송이 나간 뒤에 ‘매는 방송사가 대신 맞는다’는 불만이다.

제작현장의 혼란은 간접광고 제도가 정착하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다. 현재 방송심의 규정에 간접광고는 상품 로고와 제품이 노출되는 정도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간접광고주들은 제품의 기능을 보여주거나(레벨 3~4), 스토리를 만드는 수준(레벨 5)까지 요구하고 있어 현장에선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간접광고로 방심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프로그램을 보면 S전자 스마트폰의 새로운 기능을 시연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방심위는 특정 제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경우 방송심의 규정 46조(광고효과 제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로선 방심위에서 문제 삼은 간접광고의 수위를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미리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다. 예컨대 드라마에 쓰이는 용어나 표현이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 판단하는 식이다. 외주제작사 마케팅 담당자가 촬영 전에 “‘OOOO’는 써도 되느냐”고 물어오면 “같은 브랜드명으로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거나 “그 정도는 괜찮다”고 답하는 것도 심의담당 PD의 업무다.

심의규정을 지키기 위해 자체 심의를 강화하는 게 자칫 연출진과 작가의 창의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PD는 “심의가 강해지면 드라마의 소재나 아이템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심의가 제작진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제작진도 자율성을 확보한만큼 좋은 콘텐츠를 내놓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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