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영화 읽기 신상옥 감독의 ‘천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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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천 세계를 내가 지옥으로 만들리라

|contsmark0|때는 통일신라 진성여왕 시대,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돌아온 원랑(신영균 분)을 사랑하는 여왕(김지미 분)은 원랑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의 가족을 마을에서 내쫓는다. 쫓겨 가는 길에 산적 떼를 만나 아기는 죽고, 원랑의 아내 여화(김혜정 분)는 천년 묵은 여우가 빠져 죽은 연못에 빠진다. 그리고 여화에겐 천년호의 혼이 씌워진다.
|contsmark1|귀신이 들린 여화는 밤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천년호의 원한을 대신해 사람들을 해친다. 한편, 진성여왕은 여화를 죽인 뒤 원랑을 자신의 곁에 두려는 음모를 꾸미지만, 주위의 신하들은 진성여왕을 폐위시키려는 음모를 꾸민다.
|contsmark2|이 사이에서 갈등에 빠진 원랑은 여화의 육체를 빌린 천년호를 공격하지만, 낮이 되면 아내로 돌아오는 그녀에게 갈등과 혼란을 느낀다. 결국 그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 그러나 이미 권력 밖으로 밀려난 진성여왕은 폐위 당하고, 원랑은 아내를 죽인 자신의 죄를 탓하며 아내의 무덤 앞에서 백골이 되어 죽어간다.
|contsmark3|신상옥 감독이 1969년에 만든 한국적 공포영화 ‘천년호’는 그해 스페인 ‘시체스환상공포영화제’에서 황금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구현해내기 어려운 특수효과 등 다양한 테크닉이 우선 눈을 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좀더 찬찬히 뜯어보면 더욱 돋보이는 것이 바로 신상옥 감독의 내공 있는 연출력이다.
|contsmark4|감독은 일단 작품의 토대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설정을 충실히 구축해 놓고, 그 안에서 인간들(혹은 인간과 귀신)사이의 관계와 그 안에 내재한 욕망과 심리묘사를 과감한 생략과 짧은 설명만으로도 군더더기 없이 정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인물들간의 사랑과 욕망을 표현하면서도 공포영화로서의 긴장감 또한 놓치지 않는다.
|contsmark5|그리고 특수효과 기술 외에도 관객에게 공포와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사물과 대상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는 빠른 패닝 등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과 빠른 편집, 그리고 원색을 자주 사용한 화려한 색채 등이 그러하다.
|contsmark6|이 작품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신상옥 감독의 다른 작품에서도 그러하듯 여성성에 관한 시각이다. ‘천년호’의 경우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성적 욕망에 사로잡힌 진성여왕이다. 그리고 그 욕망의 최대 피해자 역시 또 다른 여성인 여화이다. 또한 999명의 여성을 재물로 받으며 인간세계를 거느리려고 했던 천년호 역시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
|contsmark7|이렇듯 감독은 요부로서의 여성 이미지와 희생양으로서의 여성 이미지를 모두 드러내며, 남성에게 무의식적 공포의 대상으로 작용하는 여성 그리고 그 희생양으로서의 여성을 그려낸다. 그런 점에서 신상옥 감독의 작품은 여성주의적 시각에서도 다양한 내적 함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contsmark8|끝으로 이 영화 ‘천년호’를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여주인공 김혜정의 전성기 시절 얼굴을 확인하는 일이다. 혹자는 한국 여배우 사를 통틀어 안나영, 노경희, 천시자와 더불어 글래머 적인 자질을 갖춘 여배우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했듯이 60년대 당시 우리 영화를 대표하는 개성파 배우인 김혜정의 연기를 보는 것이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contsmark9|이승훈 ebs <한국영화걸작선> 연출|contsmar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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