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MBC ‘정수장학회’ 보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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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선 ‘중징계’ 의견 냈음에도 수위 약해져…與측 “더 많이 했어야” 의견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7일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비밀 회동’과 관련해 자사 경영진 일방의 입장을 여러 차례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권고’는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요인에 해당하지 않는 행정지도성 조치로, 방심위원들 논의에 앞서 자문기구인 보도·교양 특별위원회에서조차 ‘법정제재’ 의견을 전달한 점을 감안할 때, 적정한 수위의 제재인지에 대한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가 이날 ‘권고’ 결정을 내린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10월 <한겨레>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비밀 회동을 진행하고 정수장학회 소유의 MBC(30%)·<부산일보>(100%) 등 언론사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고 보도한 데 대해, 같은 달 13일부터 일주일 동안 10여건의 리포트를 통해 도청 의혹과 함께 왜곡 보도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MBC의) 해당 보도가 자사 관련 내용에 대한 반론권 행사의 성격이 강한 만큼 그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면서도 “보도내용에 있어 <한겨레> 기사를 다소 자의적으로 해석해 왜곡한 측면이 있다”며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1항과 2항, 4항을 적용해 ‘권고’ 제재를 하기로 결정했다.

▲ MBC <뉴스데스크> 2012년 10월 15일 리포트 ⓒMBC
그러나 야당 추천 위원들은 MBC 보도의 왜곡과 방송 사유화는 가볍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며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 의견을 냈다.

김택곤 상임위원은 “<뉴스데스크>에서만 10여 차례일 뿐, 아침과 정오뉴스, 라디오 뉴스 등까지 살필 경우 MBC는 자사의 이익과 관련한 문제를 적어도 40~50차례 보도했다”며 “자사 이익과 관련한 문제를 과다하게 처리했을 뿐 아니라, 보도에 주관이 개입됐다는 측면에서 가볍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낙인 위원도 “기사를 작성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는 MBC에서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 등의 대화) 녹취록에 없는 내용을 허위로 보도했다고 하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으며 내용 짜깁기조차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며 “MBC가 일방적으로 자사 입장을 전달한 것은 방송 사유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측 위원들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먼저 박성희 위원은 “이 문제는 언론사가 또 다른 언론사와 갈등, 분쟁에 휘말렸을 때 어떤 해결 방법을 선택하느냐와 관련한 부분”이라며 “법정에서 진위를 가리거나 언론중재위를 통해 중재·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전파와 지면을 이용해 여론을 호도하며 자사의 입장만 유리하게 보도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엄광석 위원은 “MBC의 대외 이미지는 물론 존립의 문제까지 걸려있기에 반론권 차원의 보도는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지상파 메인 뉴스에서 일주일 동안 십여 건의 보도로 대응해 공정성·객관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한겨레> 보도를 도청 행위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하며 MBC 보도엔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권 부위원장은 “검찰이 법원에 도청을 사실화 하며 (<한겨레> 기자를) 기소해, 도청 사실이 수사기관에 의해 분명히 밝혀졌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 도청을 사실로 확정할 수 없음에도 이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어 “우리 사회에 해서는 안 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도청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언론기관에서 도청이란 문제를 놓고도 보도하지 않으면 그게 바로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MBC 보도는) 도청 고발 차원에서 오히려 (가치를) 높게 사야 할 보도다”라고 말했다.

이에 야당 측의 박경신 위원은 “검찰의 기소는 혐의의 객관화일 뿐 사실의 객관화가 아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학자인 박 위원은 “혐의가 법적으로 어떤 죄목에 해당하는지 특정 하는 게 기소로, 기소 내용이 진실일 개연성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권 부위원장의 주장을 반복했다.

박 위원은 또 도청의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이를 공개하는 게 공익에 부합할 경우엔 공개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과 함께 “<한겨레> 기자의 경우 도청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말했다.

도청을 금지하는 법률의 존재 이유는 통신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때문으로, 원거리에 있는 자와 큰 목소리로 소통할 때 중간에 누군가 그 대화 내용을 들었다고 해서 도청이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스마트폰 조작 미숙으로) 최필립 이사장이 최성진 기자와의 통화 후 전화를 끊지 않은 바람에 (MBC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내용이 최 기자에게 들린 것뿐 아니냐”며 “이는 사적으로 비밀리에 통신하는데 제3자가 비밀의 벽을 뚫고 들어가 내용을 들은 게 아닌데도, MBC 보도를 보면 <한겨레> 기자가 통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적극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중징계 의견을 냈다.

하지만 박만 위원장은 “MBC가 도청이라고 믿는 게 큰 잘못처럼 보이지 않고, 자사 이익과 관련해서도 보도를 할 순 있지만, 지상파 방송이라면 정확한 사실과 평가가 따라야 하는 만큼 (행정 지도성 조치인) ‘권고’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문제없음’ 의견을 낸 권혁부 부위원장을 제외한 5인의 여당 측 위원들이 동의해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는 ‘권고’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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