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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 사태’를 보는 눈

|contsmark0|역시 예상했던대로였다. 수신기 태부족에 차별성 없는 콘텐츠, 게다가 내부균열까지…. 본보가 누차에 걸쳐 경고해왔던 바로 그대로 지난 1일 출범한 ‘꿈의 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였을 뿐이다. 결국 총체적 부실로 판명난 3,000여억원 규모의 국책사업.
|contsmark1|뒤늦게 일부 신문들이 비판에 나서고 kt, kbs 등 주주사들에 의해 경영진 부분교체가 모색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역시도 ‘언 발에 오줌누기’의 감이 짙다. kdb사태의 원인은 훨씬 더 깊은 곳에서부터 비롯되고 있고 전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진단이다.
|contsmark2|무엇보다도 먼저 지적되어야 할 문제는 ‘돈의 힘’에 의존해 문제를 풀려는 외화내빈식 사업추진이다. 그 단적인 예가 100억원이 넘게 쏟아 부었다는 홍보비다. 실제 개국이 올 3월로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kdb는 지난 해 8월부터 tv, 신문광고를 대대적으로 벌여왔다. 50만이라는 예약가입자를 확보하는데도 경품과 보조금지급 등 넘치는 자본의 힘을 앞세웠다.
|contsmark3|반면 차별성있는 콘텐츠의 확보, 수신기 공급 대책의 마련 등 내실은 전혀 뒷전이었다. 무수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뒷돈을 대서 지역대리점들을 관제(?)시위에 동원하고 개국행사와 순회콘서트로 2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contsmark4|돈을 풀어 실제와는 무관한 ‘이미지’를 탐하고자 하는 사업추진방식의 허망한 결과를 눈앞에 둔 지금 이 순간까지도 kdb는 막대한 광고비를 계속 뿌려대고 있다. 조만간 500억원을 더 차입하고 5,000억원 증자를 서두르겠다는 ‘물붓기’를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contsmark5|둘째, 정면승부나 원칙보다는 편법에 의존하려는 얄팍하고 안일한 발상의 문제다. 지난 14개월여의 준비기간동안 kdb는 각기 다른 출신성분을 가진 구성원들간의 내부화합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해오지 않았다. 비상식적 내부검열을 동원해 다른 목소리들을 억눌러 보려 했을 뿐이다.
|contsmark6|또한 지역방송, catv 등과의 건설적 공존을 모색하는 데 충분한 성의를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기존 지상파의 재송신을 통해 콘텐츠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편법에 매달려왔다. 콘텐츠의 전체적 경쟁력이 그 알량함을 드러낸 지금 이 시점에서도 kdb는 무제한적인 성인물 풀어놓기라는 반 사회적 편법으로 대처하고 있을 뿐이다.
|contsmark7|셋째, 이 모든 사태의 근본배경에서 작동해온 국내 가전업계와 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의 ‘산업성 논리’의 문제다. 주지하듯이 위성방송을 향수할 저변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는지, 콘텐츠 공급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제작기반과 유통시장을 어떻게 조성할 지 등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contsmark8|더구나 산업논리에 일방적으로 휘둘린 결과 막대한 누적적자로 프로그램에의 투자여력을 상실하고 재탕·삼탕을 거듭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자초했던 catv의 선례까지 있었다.
|contsmark9|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와 문광부 그리고 방송위는 정해진 일정만을 강조하며 kdb를 다그쳐왔다. 돈을 몰아주고 편법을 묵인해주었을 뿐 실질적·제도적 뒷받침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논리와 정책의 비극적 결과가 선명히 드러났음에도 산업성 논자들은 책임은 커녕 한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10|지난 5일 위성방송 개국행사에서 김 대통령은 “위성방송을 수출전략형 it산업으로”, “한국방송의 세계화”를 부르짖었다. 작금의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그의 인식이 차라리 안스러울 정도였다.
|contsmark11|정통부, 문광부, 방송위, 그리고 kdb 경영진은 이제부터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 깨어야 할 꿈은 빨리 깰수록 몸에 이로운 법이기 때문이다. kdb는 지금 출범과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비상체제가 수립되어야 하며 그 앞날을 위해 방송계의 중지가 모아져야 한다. 위성방송 정책 전반에 대해 근본부터 재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방송은 ‘돈의 힘’만으로는 ‘편법’만으로는 절대 바로 세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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