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천안함’ 성역없는 사회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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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번의 추적, 화제의 방송들

<추적 60분>의 30년 역사는 명암이 교차한다. 2011년 방송된 1000회 특집방송 당시에 조사한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추적60분>’ 10편에서는 당시의 시대상과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엿볼 수 있다.

군사독재 정권에서 방송을 시작한 <추적 60분>은 초창기에는 사회세태를 고발하는 주제가 많았다. 2회 ‘한국판 몬도가네, 몸에 좋다면 뭐든지’편은 뱀에 있는 기생충을 보여줌으로써 무분별한 보신 문화의 위험성을 알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청자들의 문의와 항의 전화가 쇄도했고, 당시 사회정화위원회는 서울 4대문 안의 뱀탕 영업을 금지했다.

같은 해 방송된 ‘긴급점검, 기도원’편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정신보건보호 시설에 관심을 조성하게 된 계기가 됐다. 환자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추적 60분>은 ENG카메라에 서울역 앞 소매치기와 가짜 휘발유 밀매 등 탈법과 비리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안방에 전달했다.

교주의 비리와 신도 암매장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영생교 문제도 7차례에 걸쳐 끈질기게 추적했다. 2003년 방송을 앞두고 영생교 신자들이 KBS본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MC겸 책임프로듀서였던 이영돈 PD와 가족들은 한동안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다.

▲ KBS <추적60분-천안함의 의문, 논란은 끝났나> ⓒKBS
경기도 화성 매향리에 위치한 미군 폭격훈련지에 대한 실태를 지상파에선 처음으로 고발한 ‘매향리에도 봄은 오는가’편도 큰 반향을 이끌었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폭격으로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매향리’는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매향리 실태를 폭로한 방송에 국방부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결국 2005년 사격장은 폐쇄됐다.

2008년에 방송된 ‘과자의 공포, 우리 아이가 위험하다’와 ‘특별기획, 스쿨존이 위험하다’는 아이들의 먹거리와 아동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렸다. 2011년에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 문제 등 굵직한 사회 이슈를 다뤄 주목받았다.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으로 ENG카메라를 도입한 <추적 60분>의 촬영 방식은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는 데는 주효했지만 초상권 침해 등의 부작용도 낳았다.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경쟁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자극적인 소재로 선정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치·자본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탐사보도의 성격상 <추적 60분>에는 여러차례 외압이 가해졌다. 1984년 ‘대학가의 검은 덫, 지하서클’편은 ‘학원안정법’을 추진한 정부가 학생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주문 제작’을 요구한 것이었다. 제작진은 이 요구를 거부했지만 방송이 나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1996년 제보를 받고 취재한 쌍용그룹의 사과상자 사건은 방송 5일 전에 갑자기 취재가 중단됐다. 2000년 7월 국방연구소 해체와 관련된 방송도 국방부의 방송 연기 요구에 예정된 방송일자보다 3주 뒤에 전파를 탈 수 있었다. 2010년엔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4대강 사업권 회수 논란 쟁점은’편의 불방논란으로 언론 탄압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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