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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강석 UTSA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지상파 방송사들의 드라마 시리즈 프로그래밍 전략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매회 에피소드의 극적 전개를 빨리하여 짧게, 그러나 흥미와 긴장을 유지하여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하고자 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은 3월이 시작되면 봄 개편을 단행한다. ABC의 경우 <제로 아워(Zero Hour)> (화·목 저녁 8시 방송)와 <레드 위도우(Red Widow)> (일요일 9저녁 9시 방송) 드라마 시리즈를 13회분으로 정하고 방송에 들어간다. 이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성공한 드라마 시리즈가 22회분을 방송하는 것에 비해서 반으로 줄어든 방송 횟수이다.

Fox의 경우 드라마 시리즈 <더 팔로윙(The Following)>을 15회분으로 정했다. CBS는 올해 여름 개편에서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소설을 각색한 <언더 더 돔(Under the Dome)> 미니 시리즈의 방영 횟수를 15회로 정하고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할 경우에 한해서만 회의를 거쳐 일정 정도 횟수를 연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 Zero Hour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ER'의 배우, Anthony Edwards. ⓒABC 홈페이지
이와 같은 드라마 시리즈 방영 횟수 단축은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는 새로운 방식이며 케이블 방송이 전통적으로 택해온 방영 횟수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금까지는 우선 13회 방영을 기본으로 하고 시청률이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이면 10회 이상의 연장 에피소드를 방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장 방송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높을 경우 100회 에피소드까지 확대하여 드라마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형태인 신디케이션(syndication) 드라마로 전환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드라마 방영 횟수를 단축하게되면 방송사에게는 해당 시즌의 나머지 방송 분량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하거나 구입해야 한다.

그만큼 드라마의 회전속도가 빨라지게 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드라마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 그러나 방송사들에게는 방영 횟수 감소로 광고 판매도 줄어들고 계속 새로운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구입하게 되어 비용이 지출되는 위험 부담이 있다.

그래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렇게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 방송 방식을 택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시청자들이 이전보다 하나의 드라마 시리즈에 오랜 기간 몰두하는 충성도가 줄었다. 빠른 전개와 등장인물간의 갈등 해소를 조기에 제공해 주는 것을 시청자들은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케이블 방송, 넷플릭스(Netflix)등과 같은 멀티미디어 서비스와의 경쟁이다. 케이블 방송사의 드라마들이 짧고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으며 스마트 TV를 통해서 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선택 시청하는 방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볼 때 짧은 방영 횟수의 드라마 시리즈는 절반의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 ABC의 미스테리 물인 <더 리버(The River)>의 경우 초기 8회 동안 미스테리의 답을 제공하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그러나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ABC의 <스캔들(Scandal)>의 경우 초기 7회의 시청률이 높아 연장 방송과 동시에 다음 시즌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같이 지상파 방송사들은 보다 유연하게 드라마 시리즈 편성 전략에 임하고 있다.

광고회사 RPA의 CEO인 데이빗 스카디노(David Scardino)에 따르면 “성공적인 드라마 방송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인 “초기 인기 선점과 시청률 확인, 그 결과에 따라 연장 방송” 방식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이전과 달리 처음부터 짧은 방송횟수를 정해놓고 시리즈물을 방송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 미국= 강석 UTSA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체 제작뿐만 아니라 짧은 드라마 시리즈 제작에 익숙한 케이블 방송사의 시리즈를 구입하거나 모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는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한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구입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야하며 어느 회부터 연장 또는 종영을 택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 트랜드가 지상파 방송사들 사이에서 일반화 될지는 봄 개편에서 <제로 아워>와 <더 팔로윙>이 보여줄 결과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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