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철의 스마트 TV] 모든 콘텐츠는 파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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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와 안방 TV의 재림

아이폰이 도입되고 트위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2010년 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특이한 현상이 생겼다.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중계, 인기 드라마, 경쟁 리얼리티 쇼가 TV로 방송될 때면 트위터는 방송 관련 멘션으로 봇물이 터졌다. 해시태그 ‘#’ 뒤에 프로그램 이름을 쓰고(#위탄, #개콘 등) 특정 콘텐츠에 관한 글임을 표시하는 방식도 나왔다. 예전 웹에서 토론방, 그룹 게시판을 열고 관심이 같은 사용자끼리 의견을 교환했던 것처럼, 관련 의견 검색과 확인이 모바일 상에서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사용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서로 확인. 동질감을 느끼고 팬덤을 형성해 나갔다.

트위터 이전에는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 게시판에 감상기를 올리거나 포탈 검색창에서 출연자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수용자 반응의 전부였다. 스마트폰 이후에는 수용자 반응이 모바일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터져 나온다.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페이스북, 카카오톡이 연달이 등장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은 더 빨라지고 많아졌다. 어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프로그램 시청하면서 SNS 앱을 실행시켜 텍스트를 올리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수상기나 PC로 프로그램을 보면서 스마트폰, 태블릿 양쪽에 텍스트를 전송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가족끼리 한곳에 모여 TV를 보면서 얘기를 주고받는 안방 TV의 풍경이 모마일 미디어의 보급으로 새로운 형태로 부활한 것이다. 프로그램 방송과 수용자 반응의 동시성, 감상과 의견 교환 대상의 사회적 확장과 무차별성, 수용자 의견의 즉각 반영이 가능한 상호작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 새로운 현상은 우리가 콘텐츠를 정의하고 창조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파동의 위력을 결정하는 형식과 내용

소셜미디어 시대의 영상 콘텐츠(파원, 波源)는 수용자를 매질로 삼아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파동을 일으킨다. 안방 TV시대의 1차 파동은 전파와 케이블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해 진 뒤, 본 사람의 구전(Word of mouth)을 통해 시간차를 두고 2차 파동으로 퍼져나갔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2차 파동이 시청자들이 올린 텍스트를 중심으로 1차 파동과 동시간대에 퍼져나간다. 그리고 유튜브나 P2P 파일의 공유를 통해 3차, 4차 파동을 일으킨다.

아무리 하찮은 영상 콘텐츠도 모바일 네트워크 시대에는 크고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내용이 재미없거나 전달방식이 구태의연해서 도달하는 수용자가 얼마 되지 않을 때는 미미한 파동으로 사그라지고 말지만, 재미있고 쇼킹한 내용을 기발한 형식에 담은 콘텐츠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어떨 때 그 파동이 강해지는 것일까? 파동의 강약은 콘텐츠가 담고 있는 내용, 콘텐츠를 구성하는 형식, 즉 파원의 힘에 달려있다. 그리고 SNS를 통한 반응들이 더해지면서 파동의 확산력은 강해진다. 반응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파장은 짧아지고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강력한 투과력을 갖게 된다. 물리학의 파동 이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방송가의 프로그램 관련 논의는 대부분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내용 평가, 사회적 함의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콘텐츠 자체의 내적 성질과 역학, 파동성에 관해서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제는 콘텐츠의 파동성, 전염성에 초점을 맞추고, 콘텐츠의 관점에서 콘텐츠를 바라보지 않으면 새로운 콘텐츠의 창조가 어려워지는 시대가 왔다. 콘텐츠를 창조하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고민해야 한다.

▲ 손현철 KBS PD
1. SNS, 스마트 TV, 소셜TV 시대에 강력한 파동성을 가진 영상콘텐츠의 포맷과 내용은 무엇인가?
2. 그러한 영상 콘텐츠의 구상(Ideation), 실현(제작)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3. 기존의 지상파 조직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구상과 실현은 가능한가?

우리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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