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주파수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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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방송과제 해법찾기 연속기고] ②박상호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

지난 2월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여야는 정부조직법 협상 중이다. 정부조직법 협상과정에서 거론된 이슈가 많은데, 주파수 분산정책도 그 중 하나다.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방송용 주파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신규 및 회수 주파수 배치는 국무총리실(주파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조정하는 정부조직개편 잠정 합의안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주파수 분산 정책에 대해 통신관련 업계, 학계와 일부 언론 등도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를 지켜보면서 주파수 정책 실무자이자 연구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방통위 운영 5년 동안의 정책평가, 특히 주파수 정책 평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2009년 5월 18일 향후 5년간 전파 관련 중장기 정책방향을 설정한 전파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4세대(Generation) 이동통신인 LTE(Long Term Evolution) 등에 대한 통신서비스에 대한 주파수 계획은 있지만, 방송의 경우 4G방송인 3D(Dimension)·UHD(Ultra High Definition)방송에 대한 시범서비스 계획만 제시됐다.

또 방통위 통신주파수 정책의 결정체인 2012년 1월 20일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따르면, 2020년까지 통신사업을 위한 600㎒폭 이상의 주파수를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통부 시절부터 방통위까지 주파수 정책은 효율성만을 강조하면서 통신 중심의 주파수 정책이 추진되었으며, 공익성이 강조되는 방송용 주파수 정책은 없었던 셈이다.

일본이 NHK를 중심으로 UHD방송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4G방송 정책은 표류상태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료방송 현실상 케이블과 위성방송을 통한 3D와 UHD방송이 불가한 상황에서, 차세대 지상파 방송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UHD방송 서비스 정책은 실현 불가능하다.

통신 중심의 주파수정책은 통신산업의 진흥과 이용자의 서비스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소비자의 부담 증가라는 중요한 문제점이 수반된다. 최근 LG유플러스, KT와 SK텔레콤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10만원이 넘으며, 3세대 요금제보다 2배가 넘는 요금소비 과잉을 유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폭증하는 통신요금에 힘들어하는 걸 정부와 정치권은 아는지 모르겠다.

통신은 2세대, 3세대, 4세대 서비스를 통해 이익확대를 해왔지만, 방송은 1세대(흑백), 2세대(칼라), 3세대(HD) 변화과정에서 수익과는 크게 관계가 없이 공익적 차원에서 전환비용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주파수 분산정책 관련 IT학계 및 몇몇 언론에선 주파수관리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공익적 활용은 도외시하고 있다. 물론 방송보다 통신이 산업적으로 규모가 크고 이익도 많이 낸다. 그러나 방송을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드라마와 K팝 한류 등을 추동하면서 글로벌 한국에 큰 힘을 보태고 있으며, 직접적인 계량이 불가능할 뿐이지 오히려 통신산업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도 있다.

지상파 방송업계에서 많은 주파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700㎒ 중에서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율 확대와 난시청해소 그리고 2020년에는 서비스 될 미래방송을 위해 일부분을 배치해달라는 것이다. 2010년 방통위가 발표한 ‘방송통신 미래서비스 전략’ 계획에는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2013년에 4K-UHDTV 실험방송이 이루어지며, 2017년에 3D·UHD 실험방송을 계획하고 있다.

▲ 박상호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
이명박 정부 시절의 방통위처럼 박근혜 정부의 입장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지상파 방송계의 우려가 깊다. 중요한 것은 주파수 정책 추진기관의 일원화 또는 이원화가 아니라 방송용으로 쓰던 700㎒ 유휴 주파수 대역에 대해 방송과 통신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정 업계의 이익과 주파수정책의 효율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공익적 차원의 주파수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국민을 위한 주파수정책과 방송정책을 마련하는 데 정치권도 고심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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