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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한류드라마 거품 경고음”

[인터뷰] 전산 신임 한국TV드라마PD협회 회장 박수선 기자l승인2013.03.31 20: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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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복제 수준의 비슷비슷한 드라마, ‘쪽대본’에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제작현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PPL(간접광고)…. 한류를 이끄는 명품 드라마의 이면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드라마가 ‘산업’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두드러진 변화이기도 하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지상파 드라마 PD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한국TV드라마PD협회를 세우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드라마PD협회의 창립은 드라마 제작 현장의 한 가운데 있는 일선 PD들이 느끼는 문제의식과 자성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드라마PD협회 총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2대 회장을 맡게 된 전산 KBS PD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만났다. TV드라마PD협회는 2대 집행부부터 별도의 사무실과 예산을 마련하면서 협회의 모양새를 갖췄다.

  ▲ 전산 한국TV드라마PD협회장 ⓒPD저널  
▲ 전산 한국TV드라마PD협회장 ⓒPD저널
“지난 3년 동안 이은규 전임 회장을 비롯해 뜻이 있는 드라마 PD들이 중심이 돼 드라마 PD협회를 만드는 물밑작업을 해왔습니다. 드라마 PD들도 드라마 제작 현실에 고민이 깊어지면서 협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몇몇 분들이 이끌었다면 이제는 회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운영해 나갈겁니다”

드라마 PD들이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는 드라마 제작 구조와 과정의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전 회장은 드라마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방송사 모두 드라마를 산업으로 보고 있잖아요. 산업의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되다 보니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게 되고 천편일률적인 드라마가 나오고 있는 거죠. 이런 분위기 탓에 이제 드라마 PD들도 생경한 기획안을 접하면 낯섭니다.”

팽배한 안전주의와 함께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노골적인 간접광고는 2억원이 넘는 편당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B팀 연출을 맡고 있을 때였는데, 제작사 관계자가 촬영 중간에 간접광고 승용차 내관과 뒷모습, 옆모습이 몇 회 이상 나와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를 하더라고요. 미리 PPL의 내용을 미리 알려줬더라면 극의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품 홍보도 할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한 시청률 경쟁은 무분별한 방송시간 확대로 이어졌다. 드라마 방송시간이 길게는 75분까지 늘어나면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동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드라마 PD들도 시청률 욕심이 앞서 무리하게 방송시간을 늘리는 데 방조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해요.”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는 동안 판권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도 경고음이 감지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산업이라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야 하지만 8년째 광고 시장은 정체돼 있는데 출연료, 원고료 등 제작비는 오르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한국 드라마는 ‘이름만 바꾼 똑같은 드라마’라는 비판이 나오고 시작했어요. 한류를 이끈 명품 드라마가 거품이라는 것이죠.”

드라마PD협회는 단막극 신설, 제작비 인하 방송시간 준수 등을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전 회장은 무엇보다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막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KBS <드라마스페셜>만 지상파에서 단막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보통 B팀 연출로 PD들이 시작하면 자신의 색깔을 내기보다는 A팀에 어떻게 영합할지부터 배우게 되요. 단막극 부활의 걸림돌이 예산이라면 드라마 PD협회 차원에서 측면 지원을 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제작비 인상에 제동을 걸 방법으로는 오디션 제도 활용을 제안했다. 톱배우와 유명작가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신인 발굴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자는 것이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신인들을 발굴하는 게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죠. 배우·작가 오디션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여기서 배출된 이들에 대해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방송사에서도 관심을 보일겁니다. 물론 협회 차원에서 신인 배우·작가 등을 육성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고요.”

지난해 드라마PD협회는 연말 연기대상에서 올해의 연기자상을 선정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의 연기자상은 선정 기준을 놓고 해마다 의문이 제기됐던 연기대상과 다르게 드라마PD들이 직접 뽑는 상으로 신뢰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회장은 ‘올해의 연기자상’ 선정을 계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방송사에서는 시청률과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사 기여도 등 고려해야 할 게 많아요. 올해의 연기자상은 PD들이 그 연기자가 프로그램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촬영현장에서 작가와 연출진 스태프들과의 교감 속에 캐릭터를 소화했는지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연기대상과 차별화하는 지점이 있는 거죠.”

정당한 ‘연출권의 확보’도 주요 관심사다. 드라마PD협회는 지상파 3사 드라마 PD들 201명을 정회원으로 두고 있지만 프리랜서 PD들에게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 “현재 PD의 연출저작권은 방송사의 권한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앞으로 프리랜서 PD회원들이 협회에 가입하게 되면 연출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고민이 필요할 시기가 올겁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지상파 출신 PD들의 이직은 드라마 시장에서 지상파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드라마 PD들의 이직은 경제적인 요인과 좀 더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원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봅니다. 또 케이블채널에서 인기를 끄는 드라마 시청률이 2%정도 나오는데, 지상파에서 4%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드라마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크게 줄어든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는 드라마PD협회의 활동을 두고 또 다른 이익집단이 아니냐는 시선도 의식하고 있다. “이미 다 가진 드라마 PD들의 욕심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흔히 드라마 PD를 갑(甲)의 위치라고 보는데 실상은 제작현장에서도 방송사 내부에서도 드라마 PD는 을(乙)이예요. 산업화 일변도로만 치우친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고, 드라마 발전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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