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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 “해바라기 관제개편” 비판…‘박정희 미화’ 우려 역사 다큐 계속 논란

오는 8일로 예정된 KBS 봄 개편을 놓고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 신설부터 진행자 선정까지 개편과 관련한 모든 과정에서 사측이 이른바 ‘친박(親朴)’ 코드 맞추기 의혹이 짙은 무리수를 두다 내부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일선 PD들은 작금의 개편 상황을 “해바라기 관제개편”으로 규정하며 전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친박 코드’ 개편으로 최근 가장 진통을 겪은 곳은 라디오국이다. 사측은 제작진과 사전 논의 없이 1라디오 신설 시사프로그램 <글로벌 대한민국> MC에 친박 성향의 고성국 정치평론가, 경제프로그램 <경제나침반>에 친박계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처남인 최양오씨를 낙점해 일선 PD들의 반발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최양오씨는 지난 1일 스스로 MC 제안을 거절했다. 최씨의 사퇴 이후 라디오국은 2일 MC선정위원회를 열어 고성국 정치평론가도 MC에서 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김현석)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관제개편과 낙하산 MC 저지를 주장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친박 논란 MC들의 하차로 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김현석)에 따르면 2TV에서 방송 중인 <비타민>은 지난 3월 27일 녹화 한 시간을 앞두고 담당 PD에게 진행자인 정은아씨 교체 사실을 전달했다.

새로운 MC 중엔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이자 연예인인 은지원씨가 포함돼 있었다. 대통령 조카라도 MC를 맡을 순 있지만, 정보와 오락을 합친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프로그램인 <비타민>에서 정보 쪽을 맡아온 정은아씨를 대체할 인물로 과연 은지원씨가 적절한 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2TV <세대공감 토요일>에도 제작진과의 사전 협의 없이 MC를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는데, 이 자리에 임백천씨를 내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임백천씨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 관련 행사에 MC로 자주 섰으며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운 경력 등으로 인해 PD들 사이에서는 이 또한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C 논란 뿐 아니라 ‘박정희 미화’ 우려가 제기된 현대사 프로그램 문제도 여전히 시끄럽다. 신설 후 오는 27일 첫 방송을 예정하고 있는 <그 때 그 순간>은 <다큐 극장>으로 제목이 바뀌었으며, 제작을 맡은 I와 M 외주사 가운데 ‘박정희 미화’ 기획안으로 논란이 된 I외주사는 자진하차 했다. 그러나 다큐국의 한 PD는 “사실상 제목만 바뀌는 것이고, I사 제작진이 M사에 합류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같은 내용만 반복되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교양·다큐 PD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일 오후 김규효 다큐국장과 만나 <다큐 극장>과 관련해 논의에 들어갔다. 현대사 프로그램 신설을 반대해 온 비대위는 방송을 막을 수 없다면 다큐국에서 제작의 주도권을 갖고 외주사와 공동으로 새 프로그램을 런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양측의 합의 하에 팀장을 선임, 역사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는 다큐국 PD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홍진표 KBS PD협회장에 따르면 김 국장은 3개월 후부터 다큐국 PD 한두 명을 외주 프로그램에 결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다큐 극장>은 현대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니고, 우려하는 아이템이 방송될 일도 없을 것이라며 비대위의 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협상이 결렬되자 비대위는 2일 성명을 통해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4일 열릴 교양·다큐 PD 총회에서 추인을 받는 즉시 현대사 프로그램 외주제작 기도를 저지하는 강력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저녁 사측이 비대위에 다시 만날 것을 제안하며 오는 오전 장성환 콘텐츠본부장, 김규효 다큐국장 등과 만나 현대사 다큐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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