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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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PD 제작 도중 인사발령…노조 “노사협의회 요구할 것”

EBS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 관련 방송을 제작 중이던 PD에 대해 인사발령 조치를 내리며 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언론노조 EBS본부(본부장 한송희, 이하 EBS본부)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오는 8월 방송 예정인 <다큐프라임>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편의 제작이 담당 PD 인사 발령으로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다. EBS본부는 “방송을 앞두고 한창 제작 중인 담당 PD를 인사발령 한 것은 EBS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편은 지난 2011년 교육다큐위원회에서 공식 절차를 거쳐 제작 진행에 들어간 아이템이다. 프로그램을 담당한 김진혁 PD가 제작 중이던 아이템은 독립유공자의 후손 가운데서도 반민특위와 관련한 내용으로, 현재 전체 제작의 70% 가량을 마치고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혁 PD에 대한 인사 발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EBS본부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월 15일 정기 인사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던 교육다큐부 소속 김진혁 PD를 ‘수능 강화’ 명목으로 수학교육팀에 인사 발령을 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내부의 논란이 거세지자 사측은 김 PD를 교육다큐부로 ‘파견’ 발령을 해 제작을 계속토록 했다. 그런데 지난 8일 다시 파견 조치를 취소함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진혁 PD는 “2011년 교육다큐위원회 절차 당시에도 문제된 부분은 없었고 지금까지 제작 중단이 된 경우도 없었다”며 “이번 인사 발령의 부당함을 사측에 계속 전달하고 인사 발령 철회와 함께 제작 진행의 정상화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EBS본부는 “공영방송에서 결코 벌어지지 말아야 할 엄청난 사건”이라며 “EBS의 설립 목적도 이해 못하고 더더욱 최소한의 역사의식도 가지지 못한 사장이 공영 방송 사장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EBS본부는 “EBS 사장으로서의 편성의 독립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라”며 “향후 사장이 단행한 이번 인사 조치로 발생한 사내외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은 이번 인사 조치가 제작 중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동원 홍보사회공헌부장은 “지난 3월 수학교육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이쪽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전반적인 회사 인력 사정을 고려해서 배치한 것”이라며 “언제라고 확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일이 되어 가는 사정을 봐서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송희 본부장에 따르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8일 회사 측에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인사 상의 문제라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본부장은 “KBS도 현대사 프로그램 문제로 시끄럽고, 우리도 갑자기 이런 식으로 제작 중단이 되다 보니 외압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제작 자율성과 편성 독립성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인데 공방위가 거부됐으니 조만간 노사협의회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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