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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의미 그리고 정치

|contsmark0|바야흐로 선거철이 돌아왔다. 그것도 두 번이나 치러야 하는 선거 때문에, 올해는 말의 향연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할 것 같다. 동네 숙원 사업인 새로운 다리를 놓아준다는 약속에서부터, 경제의 회복과 지역차별의 해소 그리고 사회의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공약을 남발할 것이 분명하다.
|contsmark1|이제까지 예외없이 그래왔으니 올해라고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대답하는 유권자가 더 많다고 하니, 이번 선거가 치열한 말 싸움으로 치닫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contsmark2|이런 말 잔치는 후보자의 이미지를 좋게 바꿔 보려는 선거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귀에 듣기 좋은 말들을 모두 동원해 선거에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쏟아지는 대부분의 공약들이 실천 불가능한 공약(空約)이기 일쑤다.
|contsmark3|선거를 위해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이 말에 무슨 큰 의미가 담겨있을 리 없다. 그동안 이런 관행이 용인됐던 가장 큰 이유는 언론의 견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견제는 커녕 특정 후보의 말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선거 결과를 왜곡시킨 장본인이 바로 언론이었다.
|contsmark4|올해의 선거는 그런 오명을 털고, 언론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동안 언론은 시행착오를 겪을만큼 겪었다. 특정 후보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이 타의에 의한 것이었든, 아니면 자발적인 것이었든 상관없이, 그 결과가 지극히 반 민주적인 행동이라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터라, 언론이 선거 과정에 불순하게 개입하는 것은 이제 상대적으로 어렵게 됐다. 만약 그런 조건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이번에 치르는 선거야말로 진정한 한국 최초의 민주선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contsmark5|하지만 이렇게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생각이다. 아직도 일부 언론에서 구습을 버리지 못한 채 사실을 비틀고 오도하면서 언론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좋을 법한 아젠다들을 특정 후보가 채택하도록 부추기는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contsmark6|그런 언론의 영향력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다. 신문은 신문대로 그리고 방송과 신문까지도 서로의 보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극히 고무적이다.
|contsmark7|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선거판이 참신한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책 대결의 장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연고를 놓고 벌이는 기세 싸움인지라, 거기에 가담하지 않은 소수의 결정이 아주 중요하다.
|contsmark8|누가 뭐라고 해도 투표 성향을 바꾸지 않을 유권자가 많은 상황에서, 이들 소수의 제대로 된 선택이 결국 한국의 장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다 한다는 것은 바로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그들 스스로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contsmark9|이를 위해 방송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후보들이 제시하는 선거 공약이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급조된 듣기 좋은 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을 방송 만큼 잘 할 수 있는 사회기관은 없다.
|contsmark10|가령 텔레비전의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자.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예전에 했던 말을 갑자기 바꾸는 어느 후보의 현재 모습을 이와는 정반대로 주장했던 옛날 모습과 나란히 병치시켜 놓은 화면! 유권자들로서는 이런 이미지를 한번 대하는 것이 백 마디를 읽는 것보다 더 유익할 수 있다
|contsmark11|텔레비전은 그동안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미지만을 양산해 내는 주범으로 비판받아 왔다. 매체의 속성상 현재의 상황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텔레비전이 역사성을 원천적으로 무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contsmark12|실제로 텔레비전은 이미지에서 사라져버린 의미를 복원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 성공 여부는 결국 텔레비전 종사자들의 실천에 달려있다. 올해의 선거야말로 텔레비전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contsmark13|조 흡동국대 교수·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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