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도비평]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결과 전달만…“책무 방기”

‘정치개입’은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경찰 발표 앞에서도 공영방송은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를 놓고 ‘부실 수사’, ‘정권 눈치보기’ 등의 비판 여론이 높지만, 지난 18일 KBS와 MBC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달만 하는 ‘경찰 중계방송’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경찰은 지난 18일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넉 달 만에 발표했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이 대선 기간 내내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의 글과 의견을 게시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의 소속 부서인 심리정보국 국장에 대한 조사를 검찰로 넘겼다. 경찰에 과연 수사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대선 기간 불법적인 선거개입 활동을 전개해 국정원법을 어겼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황당한 결론은 경찰의 정치적 결론”이라고 비판하며 ‘정권 눈치 보기’라고 지적했다. 각계각층에서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은 가운데 지난 18일 KBS와 MBC 메인뉴스는 이번 사건 결과에 대해 경찰의 발표 내용을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

▲ KBS <뉴스9> 4월 18일자 보도.
KBS <뉴스9>는 9번째 리포트 “‘국정원 직원, 정치 개입’…기소의견 검찰 송치”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인터넷에 정치적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은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이나,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또 <뉴스9>는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은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서는 검찰과 함께 계속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19일 신문 1면에서 “경찰은 수사결과 발표 일주일 전부터 우편과 문자메시지로 두 차례 소환통보만 했을 뿐으로, 전화 한 통도 걸지 않은 채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며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 역시 KBS와 마찬가지 보도를 했다. <뉴스데스크>는 “경찰, 국정원 댓글 ‘정치활동 했지만 대선개입 아니다’” 리포트에서 “경찰은 대선 기간 정부, 여당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 행위가 정치 개입 금지를 규정한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국가기관의 대통령 선거 개입이라는 중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리포트를 뉴스 말미인 23번째에 배치했다.

<뉴스데스크>는 “그동안 조사에서 국정원 여직원 김씨는 대선 직전까지 4개월 동안 두 개의 사이트에 특정 대선 후보를 겨냥한 악성 게시물 120여 건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선거개입 정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이들이 대선기간 동안 정치활동을 한 건 맞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수사결과를 인용했을 뿐, 더 이상의 문제제기는 없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 여론 등도 보도하지 않았다.

▲ MBC <뉴스데스크> 4월 18일자 보도.
반면 SBS <8뉴스>는 4번째 리포트 “‘국정원 직원 정치 개입’…야당 ‘눈치 보기 수사’”에서 앵커 멘트를 통해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피의자들에게 정치개입 혐의는 있는데 선거법 위반은 아닌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며 “야당은 눈치 보기 수사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실었다.

이어 기자 멘트에서도 “민주통합당은 선거개입이 분명한데 선거법 위반이 아닌 국정원법 위반만을 적용한 것은 정권 눈치 보기 끝에 나온 부실수사의 결과라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야당의 비판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지상파 3사의 일련의 보도 태도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9일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서 “사안의 중요도가 결코 작지 않음에도 방송 3사는 경찰 수사내용, 정치권 반응 정도만 전달하는 식의 보도 시늉만 했다”며 “특히 KBS와 MBC는 경찰의 ‘늑장·부실·면죄부’에 대한 비판마저 전달하지 않아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