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구 ‘녹화중계’ 파문 유감

|contsmark0|“에이! 국회의원 같은 xx들” “오노보다도 못한 x들”지난 주 한 방송사의 홈페이지 게시판이 온통 시청자들의 욕설로 뒤덮였다. 예정된 시각보다 무려 15분대를 넘겨 시작된 축구 중계 방송, 게다가 실제로는 녹화방송이었음에도 마치 생중계인 듯 거짓말을 했던 데 대한 분노와 항의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우리 방송에 대한 신뢰가 또 한번 무너진 순간이었다.
|contsmark1|그로부터 일 주일. 이제 파문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단순한 일과성 해프닝으로 넘겨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contsmark2|무엇보다도 우리는 한국의 방송이 시청자들을 상대로 왜 그토록 뻔한 거짓말을 해대었는가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contsmark3|네티즌들의 지적대로 그것은 분명 뻔뻔한 사기행위였다.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15분전에 수신된 화면을 보면서 캐스터는 생중계를 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선전에 열을 올렸고, 해설자와 입을 맞춰 생중계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contsmark4|그 뿐인가. 2시간 내내 사실을 알리는 자막(하단 스크롤)은 단 한번도 내보내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방송중에 걸려온 시청자들의 문의전화에 조차 “현지 사정으로 경기 시작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라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꾸며대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도 없다.
|contsmark5|무엇이 방송을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만드는가? 입으로는 시청자가 방송의 주인이라고 떠들면서도 실제로는 ‘우리가 말하면 무조건 믿어주는 우중(愚衆)’으로 취급해 온 구시대적 관성의 발로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contsmark6|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통신을 통해 방송종사자와 동일하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있는 요즘의 시청자들을 단순한 수동적 존재로 여겨온 무감각의 소치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contsmark7|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15분 지연’이 발생한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다. 주지하듯이 축구중계 시작이 늘어진 까닭은 그 날 앞서 방송된 드라마 시간 등의 초과 때문이었다.
|contsmark8|맞대응 편성된 타 방송사 드라마보다 일찍 시작해서 늦게 끝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늘려 제작된 프로그램, 상대 방송사의 sb시간을 틈타 시청자들을 무더기로 끌어오기 위한 치졸한 시청률 경쟁의 결과였다.
|contsmark9|그리고 문제는 이미 이런 류의 시청률 공학이 하루종일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다반사로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허다한 프로그램들이 최소 2∼3분씩 제작시간을 넘기고, 그에 따라 심야 시간이 되면 예정된 방영시간보다 15분 이상이 지연되는 일이 매일 매일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contsmark10|당연히 시청자와의 약속인 편성시간은 아무런 구속력도 갖지 못하는 공약(空約)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광고는 시급변경까지 꼬박꼬박 챙겨 내보내지만…)
|contsmark11|이번 ‘생중계’ 파문의 배경에는 바로 시청률 싸움을 위한 ‘바닥으로의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거짓말로나마 그 부끄러운 면모를 가려보려 했던 얕은 꾀가 빚어낸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contsmark12|오늘 시청자들은 말한다. “축구에서 14분이면 공이 몇 km를 구르는데… 이래서야 누가 tv를 믿습니까?”“시청자를 우습게 보는데 무슨 일인 듯 못하겠습니까?“방송국 아저씨들! 다시 배워야 겠어요. 기본부터…”
|contsmark13|상업주의에 의해 골수까지 물들고 있는 한국의 방송판. 정말 우리는 정상적인 사회적 역할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와 버린 것이 아닐까? 이젠 정말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
|contsmark14||contsmark15|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