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을 넘어선 예능 ‘더 지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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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윤이나 대중문화평론가

tvN<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이하 <더 지니어스>)을 독창적인 콘텐츠라고 할 수는 없다. 첫 방송 이후 제작진이 밝히기도 했지만, 이 프로그램 안에는 외국의 예능 프로그램,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참고한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그렇다면 만화와 유사한 게임, 외국 프로그램과 유사한 세트와 진행방식과 같은 것을 조합해 어떤 콘텐츠가 만들어졌는지를 보아야 할 차례다. <더 지니어스>가 강조하는 것은 리얼리티다. 그 리얼리티는 게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만들어 간다. 그리고 단 2회 만에, <더 지니어스>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tvN<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 ⓒtvN

이 기대 이상의 시너지는 멤버 구성에서 나왔다. 실제 프로 도박사인 차민수가 게임의 룰을 정리해주는 동안, 김구라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판을 뒤에서 조종한다. 기대한 만큼을 해주는 이 두 사람보다 더욱 대단한 것은, 단순히 조종당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또 내 보여 가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각각의 멤버들이다.

유일한 아이돌인 인피니트의 성규는 김민서를 배신하면서 첫 회의 핵심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고, 프로게이머 홍진호는 게임에 대한 특유의 감으로 상황을 주도하며 제 몫 이상을 해냈다. 최창엽은 단 2회 만에 존재감이 없는 인물에서 김구라가 만드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다.

기존 예능에서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가넷을 모으며 판을 뒤흔들 시기를 기다리는 중인 이상민이나, 아나운서 이미지 뒤에 야심을 숨겨둔 김경란 까지. 이 판 위에서 게임을 쉬는 말은 하나도 없다. <더 지니어스>의 카메라는 쉴 새 없이 변화하는 그들의 관계, 음모와 협잡, 배신의 드라마를 철저한 계산 하에 배치한다. 플래시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인과 관계를 역으로 보여주는 편집은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더 지니어스>는 그만큼의 몰입을 요구한다. 이 복잡한 게임을 이해하고 따라가기 위해서는 집중해야만 한다. 웃으면서 편안하게 볼 수 있어야 예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더 지니어스>가 예능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지니어스>의 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나는 현재 예능계의 판세가 더 흥미롭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의 예능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tvN이라는 채널의 전략이기도 하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서로 비슷한 형식 안에서의 캐릭터의 조합을 바꿔가며 변화를 꾀하고, 종편 예능이 채널 간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든 단체 토크쇼로 중장년층을 공략할 때, tvN을 필두로 한 케이블의 예능들은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고 있다.

▲ 윤이나 대중문화평론가
<SNL 코리아>의 현지화나 새로운 시트콤의 형식을 만든 <푸른거탑> 모두 지상파에서는 오래 전에 포기하거나 혹은 시도를 하려고 들지 않는 장르였다. 지상파에 종속되지 않고 케이블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사이에서 서바이벌이자 두뇌게임으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는 <더 지니어스>가 지상파와 차별화 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케이블의 예능이 판을 흔들거나 흐름을 주도해나갈 수 있다는 첫 증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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