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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시선집중’ 하차…13일 JTBC로 첫 출근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13년 간 맡아온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표준FM)에서 하차하고 종합편성채널 JTBC 보도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과 관련해 MBC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MBC 내부에서는 손 교수의 종편행 결정에 대해 대체로 착잡함 심경을 나타냈고, 일각에서는 김재철 체제 이래로 녹록치 않은 MBC 제작 여건이 손 교수가 종편행을 택하는 요인이 됐을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손 교수는 10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 마지막 방송에서 “오랜 고민 끝에 MBC에서의 내 역할도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시선집중>도 새로워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내 선택에 많은 반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금의 여지라도 남겨 준다면 정론의 저널리즘을 내 의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하차 소감을 밝혔다.

▲ MBC 표준FM <손석희의 시선집중>ⓒMBC

이처럼 손 교수의 하차 소식이 알려지자 MBC 안팎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MBC 한 시사교양 PD는 “(손 교수는) 프리랜서이고 우리는 아직 MBC 구성원으로서 버텨야 하는 사람이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만 (손 교수에게) 일정 부분 신뢰가 있었는데 (종편행에 대해) 유구무언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사교양 PD도 “(손 교수가) MBC를 떠나서 그간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와 상치될 수 있는 JTBC로 간다는 점을 간단하게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한 뒤 “JTBC가 손석희 교수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건데 (손 교수가) 일정한 틈도 없이 가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반면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MBC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해직된 최승호 선배(PD)는 <뉴스타파> 앵커로 일하고 있는 반면 MBC에서 이유 없이 방송 하차한 손석희 교수는 삼성가 종편으로 갔다”며 “개인적으론 어떤 소망을 이룬 것이겠지만 대중들에겐 낙담의 메시지를 선사하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손 교수는 MBC에서 <100분 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굵직한 시사 현안을 다룬 프로그램에서 중립적인 진행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렇기에 손 교수가 공영방송에서 종편행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일각에서는 비단 손 교수뿐 아니라 이미 김재철 체제에서 잦은 MBC구성원 및 진행자들이 이탈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MBC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거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MBC 라디오국 PD는 “MBC 신뢰도나 영향력 측면에서 보존하고 육성해야 할 가치이자 회사의 자산인 구성원들이 떠나는 게 안타깝다”며 “(손 교수의 종편행은) 넓게는 MBC 내부 제작 여건과 결부돼 있으리라 본다. 김재철 체제 때부터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끊임없는 간섭을 받아왔기에 본인의 역할을 여기까지라고 판단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PD는 “지금까지 MBC에서 김미화를 비롯해, 윤도현, 김종배, 최일구, 문지애 등 MBC의 브랜드를 높이고 MBC의 콘텐츠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MBC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착잡했다”며 “이러한 흐름은 MBC의 엄청난 손실로 판단해 끊어내야 한다. 아울러 구성원을 잘 다독거리고 제대로 제작 여건을 보장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손 교수의 하차에 따라 당장 오는 11부터 당분간 MBC 아나운서가 임시로 투입돼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현재 MBC측은 후임 진행자를 물색 중이다. MBC 홍보국 관계자는 “아직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후임이 정해지고 나면 보도 자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손 교수는 1984년 MBC 아나운서국에 입사했으며 MBC 앵커로 활동하다 지난 2006년 MBC 아나운서 국장직을 떠났다. 이후로는 MBC <100분 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의 진행을 맡아왔다. 손 교수는 오는 13일 JTBC 보도총괄 사장으로 첫 출근이 확정됨에 따라 2006년부터 맡아온 성신여대 교수직에서 지난 9일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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