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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프로 빈자리 대신하는 정치예능

쉽고 재밌게 정치 관심 높여…흥밋거리·정치쇼 우려도 최영주 기자l승인2013.05.29 02: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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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정치지만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의 틀에서 소화해내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tvN <쿨까당>, <SNL 코리아>, JTBC <썰전> 등이다.

<SNL 코리아>는 대선 기간 대선 후보들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화제를 모은 이후 뉴스 방식의 코너를 통해 정치 이슈에 대해 논평하고 있다. <썰전>과 <쿨까당>에서는 아예 대놓고 ‘정치’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가볍고 쉽게 다루고 있다.

이른바 ‘정치예능’의 출현에는 2011년 ‘국내 유일 가카(각하) 헌정방송’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등장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한몫했다. <나꼼수>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과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재미를 통해 젊은 층이 정치에 쉽게 접근하고 관심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나꼼수> 출연진들의 발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강한 전파력을 통해 확산해 정치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또한 지난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방송의 뉴스와 시사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한 상황 역시 정치예능의 등장을 부추겼다.

  ▲ JTBC <썰전> ⓒJTBC  
▲ JTBC <썰전> ⓒJTBC
정치예능은 정치라는 분야를 어렵게만 생각했던 일반인들에게 일상에서 하나의 이야깃거리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재미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정치 세태를 비판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KBS <개그콘서트>가 유명하다. <개그콘서트>는 정치와 사회 현안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며 인기를 끈 ‘용감한 녀석들’이나 최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비꼬는 개그를 선보인 ‘오성과 한음’ 등 꾸준하게 정치 풍자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지상파에서는 주로 풍자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다루고 있다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케이블의 ‘정치예능’ 프로그램은 조금 더 적나라하게 정치를 건드린다.

최일구 전 MBC 앵커의 입담이 돋보이는 tvN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는 한 주간 화제의 뉴스를 다루는 방식으로 정치, 사회 문제에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최근에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진행자 최 씨가 망언을 한 일본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에 대해 “너만 쓰레기 맞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독한 혀들의 전쟁’이라는 JTBC <썰전>은 정치인 출신을 등장시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부터 국회의원들의 청탁 논란, 일본 우경화 논란 등 다양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신랄하게 이야기한다.

<썰전>에 출연 중인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과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프로그램의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은 물론 일반인들이 모르는 정치계 뒷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한다.

‘쿨하게 까는 하이브리드 정당’을 표방하는 tvN <쿨까당>은 아예 사회 의제를 전면으로 끌고 나와 실제 국회 법안 상정까지 추진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출연했던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소방관 수당과 연금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 발의를 약속했고, 지난 3월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11월 출연한 전병헌 민주당 의원도 여가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용방법(인터넷 게임 교과목 편입법)을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내용의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정치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김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가 사람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지만, 지상파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공정보도가 이뤄지지 않는 틈새에서 나온 실험적인 작품”이라며 “여기에 말 잘하는 출연자들이 자기 생각을 감추지 않고 거침없이 말해주자 사람들은 속 시원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 tvN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 ⓒtvN  
▲ tvN 의 ‘위켄드 업데이트’ ⓒtvN
지상파의 한 예능 PD는 “예능에서 정치를 다루면 많은 사람이 정치 이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또한 관련 이슈를 다시 찾아보고 관심을 끌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지상파는 더 많은 사람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띄어야 하지만 종편이나 케이블은 더 지엽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보니 종편과 케이블이 세분화된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예능이 정치를 일상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정치가 지나치게 ‘쇼’로 전락하는 문제점도 갖고 있어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지금 정치도 말로 때우는 설전 정치인데, 이런 프로그램 패턴과 맞물리게 되면 실제 정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 없이 말밖에 없는 정치가 될 우려가 있다”며 “과연 이런 수다, 설전이라는 게 사회적 여론 형성과 담론 수준으로 확장하고 심화시키는데 얼마만큼 이바지할 것인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한 사실 전달이나 진위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김원 문화평론가도 “정치예능 프로그램은 사전 지식 없이는 즐기기 어려운 만큼 프로그램 소스의 팩트가 제공돼야 하는데 지금은 판단 기준이 될 보도나 시사가 경색돼 있다”며 “관련 이슈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보면 전부 거짓 아니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고,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상파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짚어줄 수 있을 때 정치예능 프로그램도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 교수는 “공영방송 내 토론이나 시사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못하고 국회 역시 대의적 토론이 다 죽어있는 상태에서는 균형이 맞지 않다”며 “대의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고 양당 정치가 확실히 설정됐을 때, 그리고 공영방송과 주류 언론에서 진지한 저널리즘과 토론이 안정됐을 때 이런 프로그램도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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