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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인력 충원’ 땜질 처방에 된서리… KBS '뉴스9' 보여주기식 쇄신

KBS와 SBS가 연달아 심층보도와 경쟁력 강화를 내걸고 선보인 뉴스 개편이  ‘보여주기식’· ‘대증요법’에 불과한 단기처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상파에서 시청자들이 이탈하는 현상과 맞물려 하락하고 있는 지상파 뉴스 시청률을 제고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오는 7월 개편을 앞두고 있는 SBS는 뉴스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현장 21> 폐지안을 제시했다가 내부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SBS 보도본부에서 제작하는 유일한 시사프로그램인 <현장 21>의 취재인력을 뉴스 취재 인력으로 충원하겠다는 계획은 내부 반발로 현재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지난해 시간대를 앞당겨 저녁 8시에 방송되는 MBC <뉴스데스크>가 SBS <8뉴스>와의 시청률 격차를 좁히면서 SBS 내부의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TNmS에 의뢰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월별 시청률을 확인한 결과, <뉴스데스크>는 방송 시간을 이동한 지 6개월 만에 <8뉴스>를 추월했다. 지난해 10월 10.7%를 기록했던 <8뉴스>는 지난 5월엔 8.8%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뉴스데스크>는 6.7%에서 8.9%로 올라섰다.

하현종 SBS 기자협회장은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의 시청 행태의 변화가 지속되면서 현재 SBS 뉴스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각 부서의 ‘숨통’을 늘리는 정도의 인력 충원을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내놓는 것은 지나친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21>에 소속된 취재진 가운데 부장급 기자들을 제외하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5~6명 정도로 뉴스를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총회를 열고 자체적으로 TF를 꾸리기로 한 SBS 기자협회는 SBS 뉴스의 정체성과 보도국 조직 제작 시스템 등을 놓고 혁신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SBS뉴스의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기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자성이 담긴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슈와 현안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분석보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뉴스9>의 변신도 안팎에서 후한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KBS는 지난달 27일 <뉴스9> 개편을 통해 일반적인 발생뉴스를 지양하고 1분 20초 안팎의 뉴스아이템을 7~8개 정도로 대폭 줄이는 대신 이슈와 현안 중심의 보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뉴스 취재부서의 팀장급 이상이 직접 뉴스를 리포트하는 ‘데스크 분석’ 과 ‘앵커 &리포트’ 코너도 신설했다.

이미 <8뉴스>와 <뉴스데스크>가 한 시간 빠른 뉴스를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슈 중심의 심층 보도를 강화하겠다는 KBS <뉴스9>의 개편 방향은 일면 타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뉴스9>도 올해 들어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 보도 내용을 보면 ‘심층성’이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아직 시험단계라서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뉴스를 개편하기 위해선 시청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뉴스9> 개편은 ‘형식 한번 바꿔 볼까’ 정도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문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도 “‘데스크 분석’ 코너의 경우 예전에 시도했다가 기자들의 부담만 늘린다는 비판을 받은 ‘데스크 리포트’를 재탕한 것”이라며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하고 좋아졌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KBS와 SBS의 뉴스 개편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비판에는 지상파 뉴스가 위기에서 벗어나긴 위해선 공정성과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깔려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청자들이 지상파 뉴스를 외면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입장을 비판없이 받아쓰거나 언론의 의제 설정이라는 저널리즘이 붕괴 측면과 밀접하다”며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빠진 혁신과 변화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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