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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contsmark0|2002년 제 4회를 맞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1개국 80여 편의 상영작이 관객들과 만나는 축제이다. 2년마다 열리던 것을 이번 4회를 기점으로 매년 개최하게 된 서울여성영화제가 어떤 영화들을 준비하였는지 살펴보자.
|contsmark1|여성영화 상영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주의 문화를 확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이미 ‘여성영상공동체’ 부문을 통해 필름 및 비디오 액티비즘을 소개해왔다.
|contsmark2|이번에 <베일 아래서의 삶: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하에서의 여성>등의 ‘아프가니스탄 여성전’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전개되면서 벌어지는 여성노동의 재편현장을 담은 <감각원격조정장치>등으로 이루어진 ‘전지구화와 여성전’, 에이즈나 감옥 같은 여성의 다른 공간과 경험을 연결짓는 ‘다른 삶의 양식전’을 통해서 선보이는 정력적인 비디오 액티비스트인 알렉산드르 주하즈의 <우리는 돌본다: 에이즈와 여성> 등의 작품이 있다.
|contsmark3|그런가하면 ‘여성과 예술전’등의 작은 꾸러미로 묶인 영화들은 일본과 한국 각각에서 여성주의와 예술, 그리고 그 미학과 그 조직에 대해서 노래한다. 비디오와 디지털 매체의 보급과 함께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이런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올해 두 번째를 맞은 국제포럼 또한 페미니스트 영화·비디오 액티비즘에 대한 사례연구를 선보인다.
|contsmark4|특히 9.11 뉴욕 테러 사태 이후 문제화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그 안에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이란의 페미니스트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 특별전’은 이러한 논의를 좀 더 다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
|contsmark5|1979년 이슬람혁명직후 일어난 내란을 한 여성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회상하는 <숨겨진 반쪽>, 이란 혁명기에 만난 두 여성의 우정과 운명을 따라가는 <두 여인> 등은 최근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 극적인 삶을 산 감독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contsmark6|또한 서울여성영화제는 동시대 아시아 여성 영화를 발굴 지원하여 여성영화인력을 가시화하고 지지·지원하는 것을 그 두 번째 목적으로 한다. 올해는 영화와 인도 여성들이 맺는 모순적이고도 역동적인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인도 독립여성영화를 바라보는 한 시선을 꾸며보았다.
|contsmark7|봄베이라는 거대도시에 꿈과 짐을 가지고 올라온 창녀의 삶을 따라가는 <칼리 사와르>, 인도의 가족계획 프로그램을 여성의 시각으로 냉정하게 바라본 <마치 전쟁 같은> 등의 영화가 이 꾸러미에 들어간다.
|contsmark8|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다양해지고 관심 또한 꾸준히 늘고 있는 ‘아시아 단편 경선’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한국 여성영화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서울여성영화제가 현재와 미래의 아시아 여성영화들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약속의 장이다.
|contsmark9|이번 제 4회에서 서울여성영화제는 ‘귀여운 여인’ ‘온순한 소녀’ ‘참한 여자’와 같은 주류 영화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여성의 이미지와 관념에 도전하는 도발적인 여성들을 선보였다.
|contsmark10|‘한국영화회고전--성의 무법자로서의 여성들’은 7, 80년대 대다수 한국영화에 도전하는 ‘성적 무법자로서의 여성들의 계보학’을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그리는 작업이다.
|contsmark11|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모두 갖고 태어난 사방지의 슬픈 사랑을 사회적으로 맥락화한 <사방지>,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애인에 대한 기억에 포박당한채 환락과 유혹이 가득찬 도시의 밤거리를 방황하는 <야행> 등의 영화가 이에 해당된다.
|contsmark12|뉴욕의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예술현장을 배경으로 반값에 술 마실 수 있는 해피 아워에 만난 아이 딸린 다섯 명 여자들의 수다가 신선한 <마가리타 해피아워>를 비롯한 영화들은 재기발랄하고 끔찍한 상상력으로 기존의 가부장적 체계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젊은 여성들의 힘을 드러낸 ‘걸파워’ 부문에서 발견할 수 있다.
|contsmark13|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여성영화제 단골 관객 확보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새로운 물결’은 새롭게 부각되는 여성주의적 시각표현과 세계 여성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는 장이다.
|contsmark14|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가족, 학교, 사회 그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폭력적인 세계를 살아가야 하는 10대인 두 소녀 사이의 우정을 소녀 특유의 감수성과 현실로부터의 상상적 도피와 선망에 대한 인류학적 탐구인 <제비꽃 향기>, 언제나 남의 욕망에 부응해야하는 위치에 놓여있는 엄마·아내인 한 여성의 짧은 가출을 다룬 <따뜻한 인정>, 1년의 11달을 대처에서 보내고 1달만 아내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오는 튀니지 남자(들)과 여자(들)과의 전쟁을 다룬 <남자들이 오는 계절> 등이 돋보인다.
|contsmark15|서울여성영화제는 모두 다양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바로 현시점의 여성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여성들이 만나는 자리, 여성영화를 매개로 다양한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는 자리, 서울여성영화제는 바로 그런 곳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contsmark16|변재란서울여성영화제 부집행위원장|contsmark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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