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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 PD의 음악다방]

FM 음악방송의 꽃은 선곡이다. 제작진이 곡을 뽑을 때는 날씨, 사연 내용에 맞추며, 그날의 역사적인 의미를 고려하고, 빈도가 너무 잦지 않도록 일정 기간을 유지하는 게 보통이다. 여기에 갑자기 사회적인 큰 이슈가 생기면 거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목에만 매칭 시킬 경우는 오히려 식상함을 유발할 수 있다. 이보다는 가사 속에 주제가 녹아있거나, 음악의 탄생 배경에 메시지가 들어있는 곡이 한 수 위라고나 할까.

환경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요즘이다. 무분별한 개발이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파괴, 여기에 핵의 오남용으로 인한 위기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런 뉴스가 있을 때 들려주면 좋은 곡들을 소개한다.

캐나다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 1970년에 발표한 ‘빅 옐로우 택시’(Big Yellow Taxi)는 그녀 자신의 경험담을 오롯이 담은 ‘이러지 맙시다’ 노랫말의 메시지송이다. 매연에 찌든 L.A에 살다가 어느 날 하와이 해안가 유명호텔에 묵은 조니 미첼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태평양을 바라보려고 발코니로 나간다. 먼 곳을 볼 때는 몰랐으나, 바로 아래를 봤더니 흉물스런 아스팔트 주차장이 꼬불꼬불한 도로와 함께 드러나는 거다. 소중한 자연파괴 행위는 마치 크고 노란 택시를 타고 떠나가는 연인을 바라보는 듯한 애절함이라고 한다. 게다가 “나무들을 모조리 잘라 박물관에 놔 놓고, 그걸 보러온 사람에게 1.5불씩 받는다네~” 이렇게 멸종위기에 있는 희귀생물을 뽑아 전시해놓은 하와이 포스터 식물공원을 비판한다.

▲ 환경보호 메시지가 담긴 앨범들. 왼쪽부터 올리비아 뉴튼존, 어스라이즈, 클리프리차드, 조니미첼.
클리프 리차드(Cliff Richard)의 오리지널 곡이지만,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 John)의 노래로 더 잘 알려진 ‘실버리 레인’(Silvery Rain). 여기서 말하는 은색 비는 경비행기로 살포하는 농약이다(올리비아 뉴튼 존의 뮤직비디오에는 방사능 낙진으로 묘사). 가을이면 우리나라 논 어디에서나 발견되던 메뚜기가 한 때 사라진 적이 있었다. 농약 과다살포로 수난을 당해, 술집 안주용 메뚜기를 일부 농가에서 사육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규모 농업을 하는 구미에서는 비행기까지 동원하니 메뚜기들이 없어지고, 이를 먹이로 하던 새들이 사라져 버린 것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올리비아 뉴튼 존은 평소에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로, 멸종 위기의 돌고래 보호의 메시지를 담은 ‘더 프라미스’(The Promise)를 발표한 바 있으며, 1994년에는 ‘가이아 원 우먼스 저니’(Gaia One Woman’s Journey) 앨범도 냈다.

1992년과 1995년 두 차례에 걸쳐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내놓은 ‘어스라이즈’(Earth rise) 시리즈는 환경문제를 다룬 컴필레이션 자선앨범이다. 여기에 수록된 노래 중에는 지구오존층 파괴와 사막화를 경고하는 줄리안 레논(Julian Lennon)의 ‘솔트워터’(Saltwater)를 비롯해,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보존하자는 ‘스피리츠 오브 포레스트’(Spirits Of Forest·링고 스타, 데보라 해리, 보니 레이트, 레니 크라비츠 등의 프로젝트팀), 제네시스(Genesis)의 ‘더 브라질리언’(The Brazilian)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주목이 가는 노래는 폴 맥카트니(Paul McCartney)의 ‘하우 매니 피플’(How Many People). 바로 브라질의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곡이다. 치코 멘데스는 원래 고무 채취업자였으나, 축산업을 하기위해 밀림을 파괴하는 농장주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다가 안타깝게 살해된 인물로 그 때문에 아마존의 열대우림 보존에 세계가 눈을 뜨게 됐다고 할 수 있다.

▲ 조정선 MBC PD·MBC라디오 <윤정수,이유진의 2시만세>
환경문제가 이슈가 될 때 가끔 영화 사운드트랙에도 관심을 가지고 선곡에 참고하면 좋다. 1983년에 나온 영국영화 <Local Hero>(시골 영웅)은 다이어 스트레이트(Dire Straits)의 리더인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의 음악이 전편을 채우고 있는데, 정말 급할 것 없고 각박할 것 없는 시골느낌 그대로이다. 북 스코틀랜드의 퍼네스(Ferness)만이란 곳에 공해를 유발하는 대규모 정유공장을 세우려던 미국 자본가가, 현지의 멋진 자연에 매료되어 천체 관측소와 해저 연구소 같은 환경 친화적인 시설을 세우기로 계획을 바꾼다는 내용이다.

한때는 MBC-FM 영화음악의 타이틀곡이었던 ‘와일드 테마’(Wild Theme)라든가, ‘고잉 홈’(Going Home) 등 연주곡에 제리 래퍼티(Gerry Rafferty)가 노래한 ‘더 웨이 잇 올웨이즈 스타츠’(The Way It Always Starts) 등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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