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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화 위한 불법 점거" 반발…신문 제작 파행 불가피

장재구 회장의 배임 의혹과 부당 인사 논란으로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일보>가 지난 15일 용역을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고 대다수 편집국 기자들을 배제한 채 신문 제작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는 정상적인 신문제작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서 사측이 불법적으로 ‘직장 폐쇄’ 조치를 내렸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경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은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한국일보 편집국에 있던 기자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편집국 출입을 봉쇄했다. 사측은 편집국에 있던 기자들에게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을 종용했으나 기자들은 서명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이 제시한 ‘근로제공 확약서’는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직무대행 포함)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현재 편집국 기자들의 전산시스템 접근도 차단된 상태다. 비대위는 “기사집배신에 접속할 수 있는 기자들의 아이디가 전면삭제됐다”며 “노조원 및 비노조원을 막론하고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기사집배신에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로그인 계정 0000은 퇴사한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접속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다수 기자들이 신문제작에서 배제됨에 따라 당장 17일자 <한국일보>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편집국 기자들이 찬반투표를 통해 반대 의사를 밝힌 하종오 편집국장 직무대행과 회사의 뜻에 동조한 예닐곱명의 부장을 중심으로 신문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진 주필, 이준희 논설위원실장을 비롯한 이계성, 황영식, 이충재, 장인철 위원 등 <한국일보> 논설위원들도 16일 회의를 열어 “정상적인 신문 제작을 막는 작금의 상황을 개탄한다”며 사설 작성을 거부한 상태다.

▲ 출입통제된 한국일보 편집국.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
비대위에 따르면 <한국일보>는 17일자 신문에 “본보는 지난달 초부터 회사의 인사 발령에 불만을 품은 일부 편집국 전직 간부와 노조의 반발로 40일 넘게 정상적인 신문 제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는 더 이상 비정상적인 신문 제작이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16일 신임 편집국장(직무대행)과 신임 부장 그리고 지면 제작에 동참한 기자들이 신문 제작 정상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는 내용의 사고(社告)를 게재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16일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사측의 편집국 폐쇄에 대해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라며 “장재구 회장이 ‘짝퉁 한국일보’를 제작하려던 시도가 무산되자 <한국일보>를 사유화하기 위해 신문의 심장인 편집국을 불법 점거한 폭거”라고 규탄했다.

비대위는 “편집국 봉쇄 전에 기자들은 정상 제작을 해 왔고, 5월 ‘단독’ 기사 수도 오히려 평월을 넘었다”며 “사측은 앞으로는 협상을 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1면 바꿔치기’ 징계 등을 해 왔고 이계성 국장 직대가 노사간 중재에 나섰지만 회장의 강경한 주장에 막혀 중재가 무산됐다”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사측의 편집국 폐쇄와 기자 아이디 삭제 조치에 ‘사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내고 장재구 회장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언론 역사상 초유의 직장 폐쇄에 비판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장재구 회장은 <한국일보> 경영을 파탄시킨 무능에 그치지 않고 급기야 용역까지 동원해 편집국을 폐쇄하는 대한민국 언론 사상 초유의 반 언론적인 폭거를 일으켰다”며 “장 회장은 사상 초유의 편집국 봉쇄를 당장 철회하고 <한국일보>의 정상적인 제작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도 17일 오전 <한국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일보> 사측의 편집국 폐쇄와 용역 투입을 규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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