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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시청자들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이는 지난 몇 년 간 나타난 예능의 큰 흐름 중 하나다. 스튜디오를 버린 리얼 버라이어티가 등장하면서 친밀감을 높였고,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훨씬 밀착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아예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 일부로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포맷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제 TV가 시청자들과 직접 마주하고 대화를 건네기 시작했다.

SBS <금요일엔 수다다>는 제목에서부터 수다를 지향한다. 라디오세트를 배경으로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없이 팝칼럼니스트 김태훈과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한다. 이들은 영화배우와 인터뷰도 하고,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만담을 시도한다. 고정 패널로 나오는 영화 잡지 <씨네21>의 주성철 기자 또한 이 둘과 함께 어색한 웃음을 유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인 영화 정보 프로그램처럼 개봉작 위주로 진행되는 대신, MC들이 주목하는 영화와 그 주변을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의 취향에 따라 다른 영화 프로그램에서는 짧게 소개하기도 힘든 예술 영화를 집중 소개하는 코너를 꾸려지기도 한다. 애정을 갖고 하는 이야기와 정보 전달을 위한 소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그해의 최고의 장면’이었다거나 ‘그해의 최고의 영화’였다는 수다 속에서 시청자들은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되고, 이들의 대화 속에 동참하고 싶게 만든다.

▲ JTBC <썰전>의 패널인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 ⓒJTBC

JTBC <썰전>의 주제는 아예 정치와 대중문화다. 정치 관련 수다는 <나는 꼼수다>에서부터 종편의 여러 정치 토크쇼를 통해 오락적 요소로 인증 받은 사례가 있지만 대중문화 관련 비평을 예능의 위치에 올린 것은 첫 번째 사례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포털 등에 개시되는 대중문화 담론이 본격적으로 TV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허지웅은 강용석과 함께 이 프로그램의 심장이다. 기존의 전문가 패널들처럼 사안을 정리하는 멘트만이 그의 몫이 아니다. 그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후반부 편집을 내려놓았다”, “<구암 허준>(MBC)은 내 인생에 가장 재미없는 드라마”, “<나인>(tvN)은 지난 5년간 나온 한국 드라마 다 합쳐도 그에 못 미친다"는 식으로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분명하게 밝힌다. “손석희 사장에 대한 평가는 삼성을 비판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에 있다”는 발언 등 기존 방송 산업 내에 있는 사람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을 쏟아낸다. 연예인들과 달리 방송 산업에서 자유로운 허지웅의 존재는 일상과 방송이 만나는 창구이자 시청자들이 <썰전>을 주목하게 만드는 정체성이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토크쇼의 이정표를 세웠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연예인들의 에피소드보다 자신의 일상에 도움이 될 만한 진솔한 대화를 원한다는 점을 공략했다. 그리고 당장 내일 써먹을 수 있는, 자신의 삶과 밀착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TV 또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방송과 일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더 가깝고 친밀하게’의 반영인 셈이다. 오늘날 시청자들은 TV에서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아니라 의견이 깃든 이야기를 원하고 있다. 왜냐면 그것이 바로 일상의 수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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