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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3일 천하

|contsmark0|3일 천하로 끝났던 김옥균의 갑신정변과 비슷했다. 차베스 정부를 무너뜨린 베네수엘라의 군부-민간 쿠데타는 한동안 미디어의 힘을 빌어 대세를 장악한 듯 했다. cnn은 쿠데타 세력에게 유리한 혼란스런 정보를 줄곧 방송하여 여러 가지 의혹을 남겼다.
|contsmark1|사임한 적이 없는 차베스의 사임을 군부 일부의 요구대로 발표했고, 쿠데타 주역 바스케스의 상황 장악을 과장하여 마치 상황이 끝난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카르모나 상공회의소 회장이 과도정부 대통령에 임명되자 미국은 서둘러 차베스의 축출을 ‘당연한 귀결’이라고 축하하며, 신정부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contsmark2|베네수엘라 석유 증산이 예상됨에 따라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스트리트도 유가안정과 조만간 개방될 베네수엘라 석유시장에 대한 투자 기대감으로 술렁거렸다.
|contsmark3|그러나 미주기구와 리오 그룹 회원국들이 이 사건을 ‘헌정중단’으로 규정하며 신정부를 승인하길 꺼렸다. 쿠데타의 전염효과를 우려했던 것이다. 먼저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선거로 신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승인을 않겠다고 폭탄선언했다.
|contsmark4|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대통령이 사임했다는 물증이 보이질 않자, 군부 내 차베스 지지자들은 병영반란을 시도했고, 지지 민중들은 곳곳에서 소요를 일으켰다. 새 정부는 싱겁게도 3일만에 무너졌다.
|contsmark5|음모에 가담했고 쿠데타를 지지했던 세력은 상공회의소 기업인 집단, 노조총동맹(ctv)의 부패한 지도자 그룹, 교회의 상층보수세력, 민간의 공중파 언론재벌이었다. 중상층과 상층부의 이반을 감지한 군부 일부 장성들이 이번 거사를 기획했다.
|contsmark6|부시 행정부도 “헌정의 파괴”를 민중의 대의에 부합하는 의거로 환영하며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행동은 1973년 칠레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렸던 피노체트의 쿠데타 시절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정보통으로 알려진 신임 샤피로 미국대사와 cia는 정국을 잘못 읽었다. 의외로 차베스 지지자층은 군부와 시민사회 내부에 두터웠던 것이다.
|contsmark7|애초에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차베스가 취한 일련의 개혁정책들 때문이었다. 특히 2001년 11월에 통과된 토지법은 상층부를 자극했다. 대토지 소유제(라티푼디오)의 유휴 토지를 수용하여 경작 농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이 법은 과두제 세력들의 기득권을 정면에서 공격했다.
|contsmark8|정부에 악의적인 정보를 살포한다는 이유로 공중파 언론사 세 개를 차베스 정부가 정리한 것도 현명치 못했다. 미디어 재벌들의 총공세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 노동자들이 거리에 동원된 것은 다른 까닭이었다.
|contsmark9|‘포퓰리스트’ 차베스는 경제 안정화 정책에 관한 한 정통파였다. 그는 엄격하게 균형재정 노선을 고수했고, 볼리바르화의 고평가를 감수하며 인플레이션을 막기도 했다.
|contsmark10|그 결과 실업율은 13%에 달했다. 고평가 압력이 30%의 평가절하로 이어지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명목임금의 인상분을 20% 선에서 동결했던 것이다. 게다가 금융, 텔레커뮤니케이션, 연기금 부문을 민간 부문에 개방했고, 그 덕분에 좌파와 노조로부터 ‘신자유주의자’란 비난을 듣고있다.
|contsmark11|현재의 안개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까? 차베스는 부패한 과두제 세력의 양당 정치에 넌더리를 낸 국민들의 불만에 힘입어 두 차례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모았다.
|contsmark12|그 결과 헌법 개정에 성공했고, 의회도 장악하여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밀어 부쳤다. 베네수엘라 사회의 상층부와 중상층 세력은 이 때문에 반발했다. 60%를 상회한 국민 지지도도 쿠데타 직전에 30%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의 능력은 민중들의 높은 기대수준을 채우는데 부족했다. 향후 차베스 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도 크지 않다.
|contsmark13|이미 과두제 세력과의 관계 개선은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어 있고, 미국의 비협조도 여전할 것이다. 일자리와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는 대중들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야당 세력에 대한 낮은 지지도만이 정국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contsmark14|이성형 세종연구소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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