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연출노트(48) 다큐멘터리 장덕수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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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3년 동안 외도를 한 기분이에요”라고 말문을 여는 장덕수 PD는 프로그램 기획·관리를 했던 CP의 자리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편집기 앞에 앉은 감흥을 이렇게 전했다. 이번에 그가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이 달 말 방송 예정인 MBC 특집 다큐 <황사>. 올해 황사가 유행하면서 이미 시청자들도 황사에 대해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을 갖고 있는 터라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자연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든 그에게 또 한번 적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주어진 셈이다. 자연과 사람의 접점을 찾아라자연이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여기서부터 그는 시작한다. 자연과 인간의 접점이 무엇인지를 찾은 뒤에야 비로소 취재에 들어가는 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프로그램이 <갯벌은 살아있다>였다. 당시 재·삼방까지 되며 올해의 프로듀서상 ‘TV대상’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던 이 프로그램은 흔히 볼 수 있는 갯벌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드라마보다도 더 감동적인 다큐를 보여줘 많은 찬사를 받았던 프로그램. 갯벌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소재였지만 방송에서 재미없는 소재를 다룬 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는 선뜻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는 ‘철저히 외면 받는 프로를 각오’하고 갯벌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고, 그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의 오묘함에 절로 탄식이 나올 정도의 수작을 만들어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갯벌을 매립하는 것이 얼마나 환경을 파괴시키는 것이고,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무지에서 출발하라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으로부터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것.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선입견에 빠져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십상이기 때문.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창 역할을 한다면 자신의 선입견은 가능한 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모든 취재가 다 끝난 뒤에야 비로소 주제를 끄집어낸다. 취재할 때는 철저히 선입견을 배제하고 다양한 입장에서 촬영하고 그 후에 비로소 흐름을 가지고 주제를 잡고 편집을 구성한다. 어떠한 것도 다 다큐멘터리의 주제가 될 수 있으며, 어떠한 사물도 다 얘깃거리가 될 수 있는 그에게는 ‘특정한’주제란 것은 없다. 시청자들 관심의 주변에 있던 소재에 대한 재발견을 해 주는 것, 이것이 그의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들에게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요소인 셈이다. 인내심을 가져라‘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로 대표되는 느림의 미학이 현대 사회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그 만큼 ‘빨리 빨리’라는 문화가 만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유는 꿈도 꾸지 못할 제작시스템을 겪고 있는 PD들에게는 ‘느림’은 사치로 다가오기도 한다. 제작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이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제작하라고 강조한다. 달리기를 하면 주위의 아무 것도 볼 수 없지만 천천히 걸어간다면 모든 사물을 좀 더 제대로 세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제작진이 스스로 조급함을 가지고 제작한다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고 그는 강조한다. “방송은 카오스”라고 그는 말한다. 다큐멘터리나 논픽션은 PD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생겨나는데, 변수들이 부딪히고 서로 영향을 주는 현상을 논리적으로 파악해서는 안된다는 것. 변수들이 생길 때마다 프로그램의 애초 기획의도에서 벗어났다고 주저앉지 말고, 그 변수가 예상치 못한 ‘새로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고 그는 강조했다. 윤지영기자경력81년 입사대표작품<인간시대> <김한길과 사람들>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갯벌은 살아있다> <그린랜드 에스키모와의 100일> <세계의 교육 그 현장을 가다> <황사>(제작중)수상경력한국방송프로듀서상 ‘TV대상’(95년), ‘TV 교양다큐’(97년), 방송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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