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좌담 - 새내기 PD들의 방송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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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시스템 미비·시청자 기호 따라가기에만 급급한 듯타협 일상화된 PD사회 유감, 프로간 차별성 사라져 프로그램 연성화 심화, 제작비 등 행정처리는 관료적

|contsmark0|방송사 입사 갓 1년차를 넘긴 프로듀서들에게 프로그램 제작과 방송사내 구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전체 방송환경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시행착오와 단련을 거쳐 수년후 다듬어진 한 사람의 연출가로 변모하게 될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방송환경의 문제를 들어봤다.이번 좌담에는 입사 1년차 안팎의 pd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제작 관계상 더 많은 방송사 신입 pd들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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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 참 석 박현석 kbs 예능국<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2001년 2월 입사안준식 mbc 편성국영화부·2001년 1월 입사김지은 sbs 교양국<생방송 모닝와이드>·2001년 10월 입사
|contsmark4|■ 사 회 이강택 본지 편집주간(kbs 기획제작국)
|contsmark5|■ 일 시2002년 4월 17일 오전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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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이강택 : 한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타성에 젖을 수 있겠지만 입사 1∼2년차의 시각에서 방송환경을 들여다보면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문제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방송, 그리고 pd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는 상이 있었을 텐데 입사 전과 그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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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안준식 : pd에겐 현실적 제약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방송의 현실을 몰랐다는 것이 정확한 것 같은데, 막연히 밖에서만 바라봤을 때와는 달리 나와 뜻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여러 구조적인 제약이 많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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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박현석 : 제가 속한 예능국 기준으로만 봐도 방송 현실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열심히 잘만 만들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외주비율 상승 등 예전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외부환경의 제약들이 pd들을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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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김지은 : 교양프로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교양과 오락적인 면과의 절충이 애매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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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이강택 :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들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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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안준식 : 편성국의 영화부에 있으면서 외주 프로덕션과의 관계설정, 한국영화 의무방영비율, 애니메이션 편성 등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좁아지면서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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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7|박현석 : 각 방송사가 재원들을 뽑아 놓고 그 이후에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가끔 어리둥절하면서 쫓아다니는데 급급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한, 외부에서 방송환경을 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가면서, pd들 사이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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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9|오히려 tv 보는 시간 줄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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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이강택 : 방송환경이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을 다양하게 체감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선배중의 하나로서 우리선배층 pd들이 너무 무기력한 대응을 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점에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건그렇고 요즘 프로그램들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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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4|김지은 : 솔직히 tv 보는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의무감을 갖고 보지 않으면 힘들더군요. 막연하나마 예전보다 프로그램들이 전체적으로 연성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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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7|박현석 : kbs의 특수한 사항일 수도 있겠지만, 공영성에 대한 부담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사를 보면 실험적인 프로도 보이지만 심층적인 분석을 내놓는 프로는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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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0|안준식 : 경향이 바뀐 것 중에 하나가, 예능과 교양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것 같습니다. 3사가 공히 비슷한 것을 추구하다 보니까 차별성이 서로 사라지고 있다고 보여지네요. 가령 한 사가 동물 프로를 하니까 각 사가 비슷한 포맷의 프로를 배치하는 것, 재연의 방식을 통한 프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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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3|박현석 : 조금 생각이 다른데요. 일방적인 베끼기야 용납될 수 없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쫓다보면 비슷해질 수 있는 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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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6|pd 창의성 가로막는 시청률 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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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8|이강택 : 프로그램의 공기능, 사회적 의제설정 부분이 많이 약화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pd가 창의성 있는 존재가 아니라 상당 부분 조직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달린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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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1|김지은 : 시청률은 어느 정도 고려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프로의 질과 시청률이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 여건에 따라 시청률은 좌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여지는데요. 시청률을 놓고 너무 조급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시청률이 전체를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큰 것 같아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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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4|안준식 : 시청률이라는 잣대가 프로그램에 대해 다르게 접근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누구의 말처럼 ‘시청률은 마약 같은 것’이라서 은연중에 매일매일 시청률에 매몰돼가는 것을 보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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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7|박현석 : 입사 전에 봤던 프로들과 시청률이 높은 프로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시청자들은 확실히 냉혹한 것 같아요. 이 점에서 시청자들의 기호를 이끌어 갈 수 있는가 그저 따라가기만 하느냐란 두 가지 관점에서 대부분 따라가는 데 급급한 것 같고, 그래서 결국 시청률 지상주의란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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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0|이강택 : 시청률 외에 신뢰할만한 피드백지표가 없고, 무엇보다 방송사들의 재원 마련 문제가 겹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조직원으로서, 사회적인 직업군으로서, pd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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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3|박현석 : pd마다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pd와 시청자들과 좀더 가깝게 공감하며 유희와 오락을 전달할 수 있는 pd 등이 있겠죠. 개인적으로 전 후자의 경우인데요. 늘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pd에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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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6|안준식 : ‘pd가 과연 무엇이냐’에 대해 입사 이후 다시 고민하게 됐습니다. 제 경우로 빗대어 말한다면 저는 pd가 ‘프로듀서’의 약자라고 배우고 들어왔는데, 현재 제 역할을 보면 프로듀서와 디렉터의 사이인 것 같습니다. 디렉터와 프로듀서 사이에서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도 pd 역할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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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9|김지은 : pd라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얘기, 알고 있지만 함께 나눠야 할 것, 미처 몰랐던 것들을 전달하는 전달자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인데요. 시청자들이 보고, 듣고 싶게 잘 전달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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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2|이강택 : 이번엔 좀더 조직의 내부로 접근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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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5|박현석 : 제작현장에서 선배 pd의 말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간혹 있어요. 구조적인 차원에서 보면 방송사가 경쟁력의 원조인 pd와 그들이 가진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적성에 맞게 적재적소에 pd들이 배치되고 있지 못한 문제 등이 포함되는데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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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8|김지은 : 가끔 회사방침이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고, 특히 제작비 등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관료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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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1|안준식 : 회사의 결정에 대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와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답답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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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4|박현석 : 사회와 다른 기준을 방송사에서는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을 기준이 여기서는 통용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것 같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실 불편한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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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7|원칙 대신 타협 만연한 풍조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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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9|이강택 : pd들 내부를 좀더 들어다보면 정보화 시대라는 환경속에서 방송이 재화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졌고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pd 사회에서도 불미스런 일들이 있었죠. 어떻게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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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2|박현석 : 원칙이 안 통하고 타협이 일상화된 게 아닌가 싶네요. 제작 전반에 걸쳐 그리고 방송사 내에 이런 분위기가 만연돼 있어 당사자들에게만 돌을 던질 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분명 pd로서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면은 절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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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5|안준식 : pd 집단 내부의 원칙이 바로 서야 합니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관례라고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 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pd 개개인의 양심에 맡긴다는 차원이 아니라 투명한 기준이 서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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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8|이강택 : 너무 어두운 부분만 파고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pd라는 직업으로 각자가 갖고 있는 목표나 바람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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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1|박현석 : 연출에 욕심이 많아 좋은 프로그램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입니다. 전체적으로 바라는 것은 pd 집단의 개인적인 성향이 완화됐으면 하는 겁니다. 개인들을 보면 강한 데 유난히 pd 조직은 약한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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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4|안준식 : 입사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목표는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이라면 연합회 차원에서 연차가 얼마 안된 pd들의 자리를 마련한다면 서로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장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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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7|김지은 : 촬영하고 취재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해요. 수많은 취재원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항상 그들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좋은 기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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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0|이강택 : 지금 말씀한 지향점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이 대부분 공통적인 문제들이고 사실상 우리를 둘러싼 조건들은 대부분 유사합니다. 분명 안팎으로 많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최근의 상황은 우리 pd들에게 요구하는 바가 많은데 실제 이에 대한 pd 집단의 결집력·관심·의지는 약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오늘 자리가 전체 pd들이 분발하고, 새 지표를 설정하는데 새로운 자극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리를 마치겠습니다.
|contsmark111|정리·요약 조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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