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재승인 심사, 계량평가 항목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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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안, 심사위원 정치성향 반영 가능한 비계량 항목이 태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준비하고 있는 심사 기준을 두고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방통위가 마련한 9개 심사항목 가운데 방송평가와 시정명령 등을 제외한 6~7개 항목이 심사위원의 주관적 판단과 정치성향 등의 개입이 가능한 비계량 항목으로 구성된 탓으로, 언론계 안팎에선 계량 항목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가 오는 22일 종편 재승인 심사 기본계획안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12일 “현재 방통위에서 마련한 안은 계량화가 가능한 심사항목까지 모두 비계량으로 지정해 심사의 객관성을 떨어뜨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 정치 성향 반영 ‘계량’ 항목 대다수…종편 재승인 위한 방통위의 포석?

최 교수는 이날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 방통위 초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현재대로라면 지난 2010년 종편 승인 심사 당시 총점 1000점 중 비계량 항목의 배점이 725점이나 됐기에 발생했던 문제들이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계량 항목의 비중을 높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방통위 산하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 연구반에서 재승인 심사항목(계량)에 포함시킨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를 제시했다. 방송평가위원회가 종편 재승인 심사항목과 유사한 항목들을 계량 평가를 통해 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평가위원회는 △방송 편성 평가 △지역성 구현 프로그램 편성현황 평가 △방송 프로그램 질 평가 △시청자평가 프로그램 편성현황 평가 △재난방송 편성 및 운영현황 종합 평가 △시청자위원회 운영현황 및 결과 종합 평가 △주시청시간대 균형적 편성 평가 △제작 프로그램 편성 평가 등을 계량 평가 항목으로 정하고 있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주최로 12일 오후 국회에서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 방통위 초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그러나 현재 방통위가 준비한 종편 재승인 심사항목을 보면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 기본방향 및 목표의 적절성 △방송분야별·장르별 편성 계획 이행실적 및 향후 계획 등과 같은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과 관련한 항목들은 물론 △재난방송 편성실적 △시청자위원회 및 시청자평가 프로그램 운영계획 이행실적 및 향후계획 등 대부분이 비계량이다.

최 교수는 “같은 항목에 대해 방송평가위원회에서 계량 항목으로 두고 있는데 종편 재승인 심사에선 비계량으로 하자고 하는 건, 현재 적자 구조 속에서 광고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종편을 정부가 계속 끌고 가기 위함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계량항목의 확대와 함께 현재 250억~1600억원에 이르는 종편의 자본잠식 상황을 언급하며 “방송사의 재정 안정은 공영성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과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재승인 심사에서 재정 안정성에 대한 배점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종편들이 지난 2010년 승인 심사를 위해 방통위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의 이행실적에 대한 평가를 재승인 심사에 포함해야 한다고 최 교수는 주장했다. 실례로 지난 2010년 당시 TV조선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으로 공정선거방송특별위원회와 공정보도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종편 모두 방송분야별 편성 비율과 재방송 편성 비율 등을 지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지난 7월 종편 4사 등에 시정명령을 결정한 바 있다.

현재 방통위의 안은 ‘승인시의 승인조건 이행여부’를 비계량 심사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승인 당시 종편들이 내놓은 이행실적에 대해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한 만큼 이 부분이 적절한 평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하며, 계량화가 가능한 부분은 계량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도 “방통위에서 이행실적을 발표한 건 이례적인 일로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종편들에게 빨리 대응할 기회를 준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방통위가 발표했던 이행실적 결과를 정확히 (재승인 심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등의 심의 위반 결과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방심위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최 교수는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TV조선 <탕탕평평> 등은 시정명령과 제재 조치를 수차례 받고도 또 비슷한 사안으로 제재를 받는 일을 반복했다”며 “종편이 방심위의 시정명령과 제재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방통위의 안은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비계량 평가 항목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실현 항목의 세부 심사항목으로 심의 위반 사례를 감점 처리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TV조선과 채널A의 5·18 민주화운동 왜곡방송의 사례에서 보듯 종편의 막말 등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심의 위반 사례를 독립 항목으로 분리해 자체 평가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총점에서 감점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그밖에도 △외주제작 및 콘텐츠 활성화 기여도 △불법 고용계약 등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을 계량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방통위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 연구반은 종편 재승인 심사항목을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항목에 준해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계량항목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두고 일부에선 자칫 공영방송 등 지상파 방송보다 종편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자는 것이냐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종편 재승인 심사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의 재허가 심사에서도 계량 항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정치개입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외면한 채 폭염만을 주요 소식으로 하는 현재의 지상파 방송의 모습이 정상인가? 재허가에서 심사위원이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비계량 평가가 다수인 것도 일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저 때가 되면 방통위로부터 재허가·재승인 평가를 받고 ‘방송불패’라는 말을 당연히 듣게 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거나 공정하지 않은 방송에 철퇴를 가할 수 있는 재허가·재승인 심사가 돼야 한다.”

전문성·공정성·투명성 담보한 심사위 구성이 핵심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종편 재승인 심사를 담당할 심사위원회 구성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비계량 평가 항목이 다수인 현재의 재승인 심사에서 심사위원 구성이라도 전문성을 담보하고 투명하게 해야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들을 전문성과 다양성 원칙에 입각해 선정하고, 추후 선정과정 일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까지 모두 납득할 만한 기준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서중 교수도 “지난 2010년 종편 승인 심사 과정에서 계량 심사 항목 평가에서 1위를 하고도 비계량 심사 항목 평가에서 뒤져 탈락한 사업자가 있었던 것만 봐도, 심사위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심사위원의 사전공개는 어렵지만, 심사 이후 위원명단은 물론 활동 관련 자료를 자동으로 공개해 심사 공정성 여부를 대중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완 사무처장 역시 “지난 2010년 종편 승인 심사 당시 14인의 심사위원 중 방송전공자는 겨우 2인이었으며, 심지어 심사위원장은 당시 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에 참여한 인사였다”며 “심사위원회 구성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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