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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스케치북’ 200회를 통해 본 음악 프로그램 현주소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오는 23일 200회를 맞는다. 지난 4년 동안 음악의 저변을 넓히고 다양한 가수들을 발굴해 시청자와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오디션·서바이벌 등 ‘음악의 예능화’가 두드러진 가운데 지상파에서 “살아남았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의 연출을 맡고 있는 문성훈 PD는 “우리나라에서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은 만큼 유명·신인 뮤지션 모두 무대에 설 수 있게끔 했다. (여타 프로그램들처럼) 지나치게 시청률에 얽매이면 무리수를 두거나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바이벌과 오디션에 밀린 라이브 무대

이처럼 시청률과 음악 두 마리를 토끼를 잡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상파에서 음악 프로그램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인 EBS <스페이스 공감>과 중장년층 타깃이 명확한 KBS <가요무대>·<콘서트 7080>을 제외하고선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오히려 MBC·SBS는 음악 프로그램 방영 당시 내걸었던 야심이 무색할 정도로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끝내 폐지 수순을 밟았다.

MBC는 지난 3월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콘서트를 내걸었던 <아름다운 콘서트>를 2년 만에 폐지했다. SBS도 2011년 <김정은의 초콜릿> 폐지 이후 1년여 만에 톱스타 이효리를 앞세워 심야 음악 전문 프로그램 <정재형·이효리의 유&아이>를 선보였으나 8개월 만에 막을 내려 아쉬움을 남겼다.

이처럼 음악 프로그램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폐지와 부활을 거듭하다가  그 수가 줄어든 시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음악을 ‘예능’으로 소비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지난 9일부터 시즌5를 방영 중인 Mnet <슈퍼스타 K>가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 열풍의 진원지였다. 뒤이어 KBS <TOP 밴드>·<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 스타>, Mnet <보이스코리아>까지 줄줄이 방영됐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인 발굴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은 기성 가수들의 경연 프로그램으로까지 번졌다. MBC <나는 가수다>에 이어 가요계 전설의 노래를 후배 가수가 부르는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가 방영 중이다. SBS는 지난 16일 양희은, 이승환 등 가요계 선후배가 짝을 이뤄 합동 무대를 선보이는 파일럿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매치>를 내보내고 있다.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 포맷 고민 필요

이처럼 방송사들이 높은 제작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시청률을 타개하는 일환으로 ‘예능화’ 된 음악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편식을 강요한 측면이 있다.  값비싼 공연 대신 TV로 잔잔한 라이브 무대를 즐긴 시청자에게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뮤직뱅크>(KBS)·<쇼! 음악중심>(MBC)·<인기가요>(SBS) 등 아이돌 위주의 순위 방송만 남은 자리에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오디션·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시청자의 피로감은 더욱 커진 것이다.

9년째 양질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민정홍 PD는 “시청자들이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은 라이브 무대로 접하고 듣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며 “지상파에서 라이브 무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지 않는 데 (시청자들을 위해) 좀 더 다양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도 “방송사들은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과 프로그램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음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제작진은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려는 고민들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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