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첫 공청회 결국 ‘반쪽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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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구성 보수일색 ‘편향적’…“명분 쌓기용” 비판

TV수신료 인상 관련 서울 공청회는 결국 ‘반쪽짜리’ 행사로 끝났다. KBS이사회가 TV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해 20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TV수신료 현실화’ 서울 공청회를 열었지만, 야당 추천 이사들이 불참하면서 여당 추천 이사 단독으로 진행됐다.

이날 공청회는 KBS 야당 측 이사들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수신료 인상안 논의에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개최돼 그 한계는 일찌감치 예상됐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청회는 패널 구성에서 최소한의 형식적 균형을 맞추지 못해 절차적 명분마저 잃었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BS의 방송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단체나 학자들은 이번 공청회 패널에서 모두 제외됐다. 그 대신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7명의 패널 중에는 KBS 여당 추천 이사 출신(정윤식 강원대 교수), 뉴라이트 계열의 변호사단체 대표(이헌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정부산하기관장(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보수단체 관계자(권순옥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 등이 포함돼 시청자 대표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7년 정연주 사장 시절 실시한 수신료 인상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 부정적인 단체, 중립적인 단체를 3:3:3의 비율로 패널을 구성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에도 KBS이사회 사무국은 지난 9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소비자단체협의회, 미디어 공공성과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등에 ‘KBS수신료 현실화 관련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참석만 요청했을 뿐 공청회 참석에 대해서는 의견 타진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패널 구성과 관련해 KBS측은 “일부러 진보적 성향의 학자와 시민단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진보 인사들에게 패널 의뢰를 했지만 거부해 참석시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지난 20일 KBS이사회 주최의 ‘TV수신료 현실화’ 서울 공청회가 열린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가 KBS의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 논의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공청회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기획국장은 “KBS이사회가 시민단체들에 간담회를 제안했지만, 수신료 인상 절차나 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많은 단체가 ‘명분 쌓기용’이라며 거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나 인사가 참여하지 않은 공청회가 공정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날 방송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국민과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공청회도 KBS는 요식행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공하지 않고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KBS가 공정성에 대한 노력 없이 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패널로 참석한 일부 학자들은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면서도 국민적 설득 없는 KBS의 인상 추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자 이수범 인천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공정성을 전제로 주장하는 야당 추천 이사들과 내부 구성원, 국민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의 설득구조로는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KBS는 수신료 인상에 사람들이 왜 심리적 저항감을 갖고 있는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력과 시장논리로부터 독립된 방송을 구현하는 게 공영방송의 본질인데, KBS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국민들도 설득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섭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도 “KBS와 KBS 사장은 국가권력과 자본의 논리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KBS가 공영방송의 철학과 실체를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실천하지 않는 한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KBS이사회는 오는 22일 KBS대전방송총국에서 2차 수신료 공청회를 연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와는 별도로 지난 13일에 이어 부산, 광주 등 지역을 순회하며 토론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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