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 받은 종편, 사업계획 변경 신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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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승인조건 미이행 종편에 시정명령 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가 승인신청 당시의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 뉴스Y에 대한 시정명령을 21일 의결했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승인 조건을 위반한 종편·보도채널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심의하고, 방송법 제99조 1항 2에 따라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지난 7월 9일 종편 4사와 뉴스Y의 승인조건에 명시된 국내제작 및 외주제작 방송 프로그램 편성비율 준수 여부와 사업계획서의 주요 7개 항목에 대한 이행여부를 점검한 결과, 이들 모두 승인조건 이행 실적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이와 관련해 사업자별로 구체적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2개월 내에 TV조선은 공정선거방송특별위원회와 공정보도특별위원회를, 뉴스Y는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TV조선과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사는 사업계획서에 적어냈던 지난해 콘텐츠 투자계획 중 미이행 금액과 올해 계획한 투자금액을 오는 12월 말까지 이행해야 하며, 재방 비율도 준수해야 한다. TV조선의 경우 매반기 전체 방송시간의 35% 이상을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으로 편성해야 한다.

지난 7월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의결했을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종편 4사의 승인조건 위반 현실은 심각하다. 지난 2011년 12월 출범한 종편들은 방송 첫 해 동안 방송시간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웠고, 편성의 30~50%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메웠다.

과거 보도채널이었던 MBN은 방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에선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22.7%로 적어냈으나 실제로는 편성의 절반이 넘는 51.5%를 보도에 할애했다. TV조선과 채널A도 보도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각각 24.8%, 23.6%로 적어냈지만 실제 35.9%, 34.1%를 보도로 채웠다.

콘텐츠 투자계획 역시 공수표였다. 종편들은 지난해 콘텐츠 투자(자체제작·외주제작·구매)를 계획의 47.4%밖에 이행하지 않았는데, TV조선의 경우 지난해 157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음에도 실제 투자액은 604억원에 그쳤고 MBN도 1660억원을 계획했으나 현실에선 711억원을 투자했을 뿐이다. JTBC와 채널A도 각각 2196억원 중 1129억원, 1804억원 중 985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쳐 절반 수준의 이행실적을 보였다.

“종편, 장밋빛 미래 예고하고 이제와 정부 탓”…“TV조선 등 공정보도 장치 마련 안 해, 고의적”

이날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종편에 대한 엄격한 제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종편 4사가 지금 사적·공적으로 8VSB와 (케이블) 수신료, 광고 자율영업 시한 연장, 사업계획서 변경, 재허가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얘기들을 할 자격이 있는지 종편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김 부위원장은 “(종편 4사가) 사업권을 받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공약한 뒤, 이제 와서 사업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선정되는 바람에 힘들다고 하는 건 결국 자신들의 귀책사유를 정부 책임으로 호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TV조선과 뉴스Y에 대한 추가 페널티(제재)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양 위원은 “콘텐츠 투자와 재방 비율 등의 문제는 자금 부족 등 전체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TV조선과 뉴스Y는 공적 책임, 공정 보도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하고선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이어 “이는 어떤 이유에서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고의적으로 승인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의결 보류를 해서라도 시정명령 이상의 페널티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성규 상임위원도 “종편을 출범시킨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콘텐츠 투자 활성화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인데, 지금 종편 사업자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상업계획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 외에도 향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정명령 받은 종편들, 사업계획 변경 신청 예고…결국 종편 설립 취지 부정

문제는 종편 사업자들이 사업계획서 변경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MBN의 경우 방통위에 지난 2010년 종편 사업을 위해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 대한 변경을 지난 9일 이미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4개 사업자가 선정되고 광고 시장의 상황 또한 녹록지 않은 만큼 콘텐츠 투자 금액과 재방비율 등의 축소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MBN이 콘텐츠 투자와 재방 비율 등에 대한 사업계획서 변경 신청을 했고, 다른 (종편) 사업자들도 시정명령이 나오면 사업계획서를 변경하겠다고 예고했다”며 “(MBN 외) 추가로 변경신청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종편들의 이 같은 사업계획 변경신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이날 종편 4사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종편들의 변경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시정명령 또한 변경된 사업계획에 대한 것으로 바뀌는 까닭이다. 즉, 시정명령의 효력은 그대로나 대상이 되는 내용이 바뀌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콘텐츠 투자계획을 줄이는 등의 내용으로 사업계획 변경이 승인될 경우, 종편들은 변경된 사업계획에 따라 시정명령을 이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종편이 신규 매체라는 점과 광고와 같은 시장 환경이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종편들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승인심사는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콘텐츠 투자와 관련한 부분은 종편 설립 취지와 직결된 부분으로, 갖가지 위법 논란 속에서 종편 승인을 왜 밀어붙였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거 춘천MBC에서 DMB 허가를 받은 뒤 당초의 사업계획을 변경 신청해 받아들여진 사례도, 그렇지 않고 거부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종편이 이번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는 방송법 규정에 따라 3개월 영업정지 또는 3000만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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